저는 어제(14일) 경북 구미에서 열린 경북학생인권 및 구미시 아동청소년 권리조례 토론회에 참석했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경북교육연대와 구미아동청소년권리조례 제작단이 함께 주최했습니다. 토론회는 2개의 섹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아동청소년 권리, 지켜지고 있는가?', 두 번째 주제는 '체벌, 꼭 필요한가?'였습니다.


첫 번째 섹션의 발제자는 구미시의회 김수민 의원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구미지부 박인수 활동가였습니다. 김수민 의원은 성인들이 청소년들과 충돌이 있을 경우, 자주 사용하는 "사춘기라서 그렇다"라는 발언을 예전 서양인들이 동양인을 경멸했던 오리엔탈리즘에 비유하며 이는 청소년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려는 태도가 아니라고 꼬집었습니다. 또한 김 의원은 "단지 체벌을 금지한다고 진보교육감이라고 하고 체벌을 허용한다고 보수교육감이라고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언어 사용인지 의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의원은 아동청소년권리조례는 학생인권조례와 달리 교육현장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전반적으로 적용되지만 조례의 현실적 한계를 얘기하며 단지 상징적인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김 의원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정을 이끌어 낸 '청주시 행정정보공개조례'를 예로 들며 "아동청소년권리조례를 제정할 경우 다른 지역이나 중앙에 끼칠 선 영향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박인수 활동가는 "현재 구미에서 아동과 청소년이 갈 곳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며 청소년 지원정책의 부실함을 얘기했습니다. 박 활동가는 "청소년을 미성숙한 존재로, 선도해야 될 대상으로 여기면 청소년 정책은 말짱 도루묵이 된다."며 "아동과 청소년 당사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스스로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짤 수 있어야 좋은 정책과 좋은 예산이 나올 수 있다."라고 정책 결정과정에서 아동과 청소년 참여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박 활동가는 "많은 탈학교 청소년(비학생 청소년)들은 대인기피나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에 시달리고 있으나 그에 대한 보건 프로그램이 없는 실정"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고 직접 검토한 구미시의 아동청소년 예산 결과를 제시하며 "아동권익신장이라는 목적에 맞지 않는 정책들과 1회성 행사에 예산의 70%를 지원했으며 주로 특정관변단체에 지원을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박 활동가는 울상 동구의 예(울산 동구에서는 주민참여 예산제를 도입해 청소년이 직접 예산을 짜서 축제를 열고 감사까지 마쳤다.)를 들며 "(울산 동구 청소년들은)그들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아동과 청소년은 자신의 문제에 의견을 표명하고 결정할 권리가 있고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다."며 "아동과 청소년 스스로의 정책과 예산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첫번째 주제 발제가 끝나고 청중 제안으로 둥글게 모여 앉아 각자 자기소개와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다수의 청중들은 "현재 진행 중인 경북청소년참여위원회와 구미시청소년참여위원회가 명목적으로만 운영되는 것 아닌가."라고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김의원은 "아동청소년권리조례는 시의회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큰데 부결되더라도 사회적 이슈를 만들 것인지, 비교적 느슨한 조례안으로 통과시켜 청소년의 참여를 극대화 시킬 것인지, 현실성과 이상성 사이에서 결정하지 못하고 아직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박 활동가는 "청소년 정책은 청소년 보호주의와 청소년 선도주의로 가서는 안된다."라고 발제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두번째 섹션의 주제는 체벌의 필요성으로 조금 식상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주제였습니다. 게다가 발제자 대부분은 체벌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구미 상모중하교 유해록 교사는 "교사들이 학생인권을 외면하기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그들이 인권지식과 의식이 부족하고 인권적으로 교육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 구미지부 독서 활동가는 "학교가 학생들의 의견과 행동을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지 않고, 무조건 저긍로 정당하지 못한 폭력으로 학생을 억누르도록 내버려 두는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라 경찰국가 사회에 가깝다. 이쯤 되면 과연 학교가 시대에 순응하는 시민 양성이 목적인지 민주시민 양성이 목적인지 의심이 갈 정도다."라며 교육현장과 교육이념 간의 괴리를 비꼬았습니다.

참교육 학부모회 신현자 경부지부장은 "학생들이 권리의 주체로 인정될 때 교권침해와 같은 문제들이 건강하게 해소될 것이다."라고 학생들에 대한 인식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박인수 활동가는 "많은 교사들이 "수업에 방해되지 않는 이상,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이상 그리고 교육적으로 필요한 이상 학생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기에 안주하지 말자. 학생인권과 다른 권리가 충돌할 때 학생인권이 결코 더 낮은 권리가 아니다 어느 누구도 대신 우리의 인권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우리가 학생인권을 쟁취해야 할 것인다."라고 학생들의 적극적인 행동의 필요를 주장했습니다.

반면, 구미 상모고등학교 이광현 교사는 "문제학생으로 인해 다른 학생들이 피해를 입는 등의 시급한 경우에는 체벌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체벌에 대한 부분적 찬성을 표명했습니다.


토론회인 만큼 여러 시각의 의견이 나오길 바랐지만 참석자 모두가 학생인권에 긍정적인 입장이라 아쉬웠습니다. 지역주민들의 지지를 얻기도 힘든 상황에서 조례안 통과를 위한 과정은 난항을 거듭할 것이 뻔해 보입니다. 반대 의견에 대해 적극적으로 들어 봄으로써 부딪힐 난항들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수민 의원의 예측처럼 이번 구미시아동청소년권리조례가 미칠 선영향에 큰 기대를 걸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