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민(상임활동가)
인권위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중요한 인권사안에 대한 의견표명 때문에 주목받는 게 아니라 갈수록 악화되는 인권위 상황 때문이다. 11월 2일 인권위 문경란․유남영 상임위원이 현병철 위원장의 운영방식에 항의 하며 사퇴를 했다. 두 상임위원들은 사퇴의 변을 밝히며 “현 위원장의 독선적 운영으로 인권위가 말라죽기 직전”이라고 말했다. 급기야 11월 10일 조국 비상임위원 사퇴, 11월 15일 인권위 위촉 전문위원, 자문위원, 상담위원 61명 동반사퇴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인권단체와 시민들은 11월 4일부터 인권위 인권상담센터를 점거하고 현병철 사퇴를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또한 11월 1일엔 상임위원 사퇴에 대해 인권위 직원들 일부가 지도부의 각성을 촉구하는 글을 발표했고, 8일엔 전직 인권위원 15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 파행에 대해 현 위원장이 책임을 지라고 요구했다. 여당인 한나라당의 황영철 의원마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위원장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병철 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사퇴할 뜻이 없다고 밝혔고 한술 더 떠 청와대는 인권분야 활동 경험이 없는 김영혜 변호사를 상임위원으로 내정했다. ‘불통’정권에 ‘불통’인권위가 되어가는 상황이다.
이토록 인권위의 상황이 악화된 것은 인권위의 독립성을 침해해온 인권후퇴 정책과 잘못된 인선을 한 이명박 정부에 원인이 있다. 이에 발맞춰 현병철 위원장은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정권의 눈치 보기식 운영을 하며 ‘국가인권위’를 ‘국가이권위’로 만들어갔다.
현 위원장의 ‘막가자’ 운영이 계속될수록 인권위는 점점 혼란으로 치달았다.
지난해 12월 28일, 인권위 전원위원회가 당시 재판이 진행 중이던 ‘용산참사’에 대한 의견표명을 법원에 제출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나 현병철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회의 폐회를 선언하며 “(일방적 폐회가)독재라 해도 어쩔 수 없다”라는 말을 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여기에 최근 김태훈, 최윤희 등 친정부적인 인권위 비상임위원들이 ‘상임회의 운영규칙 개정안’을 전원위원회에 상정한 것이 상임위원 동반사퇴의 결정적 원인이었다. 개정안 핵심내용은 상임위원들의 결의 없이도 위원장이 단독으로 전원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할 수 있도록 위원장의 권한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개정안은 인권위가 합의제 기관임을 무시하는 반민주적 개정안이며, 인권위 상임위원들의 활동과 권한을 축소하는 개악안이다.
이렇게 파행이 지속되면서 인권위는 국가권력의 인권침해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었다. MBC PD 수첩 사건, 박원순 변호사 명예훼손 사건, 민간인 사찰 등에 대해 침묵하는 등 움직이지 않았다. 주요한 인권사안에 대해 의견표명을 하지 않는 인권위에 ‘식물 인권위’라는 비판까지 가해졌다.
현재로서 인권위의 파행을 멈추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현병철 위원장이 사퇴해야한다. 또한 현 위원장같은 무자격자가 국가인권위를 흔들 수 없도록 인권위원장 및 인권위원 인선 절차를 제대로 만들어 인권위의 독립성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
덧붙임 :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누리집(http://nhrcatcher.tistory.com)을 통해 인권위 소식 등을 접할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