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민(상임활동가)
9월 30일부터 10월 6일까지 한일민주노동자연대 일본방문단에 참가하여 오사카 지역을 다녀왔습니다. 일본에 가는 것은 처음이라 긴장 반, 설렘 반이었죠. 그래서인지 출발하는 날 잠도 자는 둥 마는 둥하며 공항버스를 탔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버스는 출발한지 1시간도 못되어서 고장이 나버려 고속도로 중간에 멈춰 섰습니다. 그날따라 새벽 공기가 더 쌀쌀해서 잠바를 껴입고 떨면서 30분을 기다리다가 다음 버스를 탔습니다.
공항 도착이 좀 늦어져 방문단과 헐레벌떡 비행기를 타고서 기내식으로 나온 빵을 먹으며 공복감을 달래고 나니 일본에 가고 있다는 실감이 들더군요. 1시간 반 정도 비행을 하니 칸사이 국제공항에 도착해있더군요. 입국 절차를 마치자 공항에 마중 나오신 나카무라 선생님과 고영홍 선생님, 가와모토씨를 만났습니다. 간단히 인사를 한 다음에 버스에 짐을 올리고 첫 방문지인 ‘효고현’의 ‘고베’로 이동했습니다. 살짝 비가 내리던 하늘 아래 오사카 항만지역의 모습을 보니 부산이 생각나더군요. 고베에 도착해서 전일본항만노조(전항만) 고베지부를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방문단의 공식적인 일정이 시작됐습니다.
일본의 노동자들과 만나며 한국의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효고현의 이나가와에 있는 상조회사 이나장례서비스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그 한 예입니다. 이나장례서비스의 사장은 여성노동자들이 혼자 있을 때 반복적으로 성희롱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남성노동자들이 사장에게 항의를 하자 사장은 항의한 노동자 4명에게 해고를 통보했습니다. 해고를 당한 노동자들이 막막한 상황에서 이나가와 근처의 아마가사키에 있는 무코가와 유니온이라는 지역일반노조를 만나 상담을 하고 노조에 가입을 했습니다. 노조 가입 이후엔 무코가와 유니온과 함께 거리 선전전, 집회 시위 등을 하며 해고 철회 투쟁을 하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고창에서 있었던 군청 여성노동자에 대한 성희롱 사건이 생각나더군요. 그 밖에도 일본노동자들에 대한 회사와 정부의 탄압 등을 들으며 한국노동자들에 대한 탄압도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오사카 지역의 노조를 방문한 일정 외에도 오사카 지역에 있는 자이니치(재일조선인) 학교를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방일단이 학교로 들어가자 저희를 발견한 학생들이 학교가 들썩일 정도로 박수와 함성을 보냈습니다. 살면서 처음 받아보는 폭풍 같은 환영에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정신을 못 차리겠더군요. 학교 관계자는 남한이나 북한에서 손님이 오면 학생들이 무척 반가워한다고 했습니다. 이후 조선인학교에 대한 탄압과 차별, 재일조선인들의 학교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들으면서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습니다.
20년 전에 아세아스와니 투쟁을 지원했던 재일고려노동자연맹(고려노련)을 방문해서 재일조선인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애틋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평소에 민족이나 동포라는 것에 대해서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이번 오사카 방문을 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일본이라는 거대한 사회에서 정체성을 지키고 차별에 맞서는 조선인들의 모습과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의 모습이 겹쳐지기도 했고요.
그렇게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며 6박 7일의 방문단 일정을 마쳤습니다. 출발할 때 느꼈던 불안감은 없어진지 오래였고, 막상 마지막 날의 환송회 자리에 가니 아쉬운 마음만 들었습니다. 언어소통이 거의 안 되는 불편한 상황에서도 이것저것 신경써주신 일본의 동지들의 모습이 소식지 글을 쓰면서 다시 떠오릅니다. 내년 여름휴가 때, 일본에 계신 동지들이 좋아하는 김과 소주를 좀 사서 오사카에 가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