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왜 필요한가?
풍경(전북평화와인권연대 상임활동가)
지금 경기도에서는 전국 최초로 만들어지고 있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인권을 법으로 보장하겠다는 목적이며,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에는 두발길이 규제금지, 체벌금지, 야간자율학습 및 보충수업의 선택권 보장, 휴대폰소지자체 금지제한 등의 학생인권보장을 위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경기도 교육청은 이와 같은 내용의 학생인권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또한 전북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김승환, 오근량 후보도 학생인권조례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렇듯 요즘 많은 이야기가 되고 있는 학생인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2006년 6월 군산 S초등학교 학생 뺨 체벌
2007년 10월 전주 H고 학생 몽둥이 체벌사건
2008년 6월 전주 H초 학생 무차별 구타사건
2009년 7월 군산 모 중학교 학생들 강제이발사건
위 사건들은 4년 동안 전북에서 일어난 사건 중 심각한 사례로 꼽히는 학생체벌사건 이다. 이 외에도 정도를 떠나서 학생에 대한 체벌은 학교 현장에서는 비일비재하다.
체벌은 신체에 가하는 폭력으로 학생인권침해 사안중에서도 가장 반인권적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반인권적 행위가 여전히 학교현장에서는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일각에서는 교육적 체벌은 필요하다며 체벌이 옹호되기도 한다. 이렇듯 체벌 문제로만 보더라도 우리사회는 학생인권에 대한 인식이 매우 미약하다.
이 사회에서 성인인 누군가가 잘못 했다고 해서 매를 맞는 일은 없다. 그런데 왜 학생들은 학교와 교사의 기준에 어긋나면 맞아야 한단 말인가? 잘못은 스스로 느끼고 스스로의 양심에 따라 고치는 것을 진정한 반성이라고 한다. 누구든 내가 잘못한 것에 대해 내가 고치려고 했다가도 누군가 그것을 지적하면 반발심이 이는 게 사람이다. 이런 반발심은 자신의 자존감이 침해됐기에 일어나는 마음의 작용이다. 그런데 때리기까지 한다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 보다는 오히려 내가 맞았다는 속상함과 분노로 개인의 인격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한 개인이 인격적으로 완성되고 성숙해지길 바란다면 그 개인을 신뢰하며,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잘못에 대한 스스로의 반성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주기보다는 단죄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또한 자기 문제에 대해 자기가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하기보다는 청소년들의 자기결정권을 빼앗고 있다.
학생은 학생이기 이전에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이 가지는 모든 권리를 누려야 한다. 하지만 학교 구조가 학생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정책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임을 감안한다면,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으로 매우 필수적이다. 미성숙한 인간이 아닌 권리의 주체가 되는 것, 권리의 주체임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학교는 학생들이 대부분의 일과를 보내는 만큼 학생들의 삶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학생들은 자기 삶에서부터 자신이 소중한 인격체임을 학습해야하고, 자기 삶에 대해 자기가 권한을 가지고, 자기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에 대해 선택하고 판단 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매우 필요한 부분인데도 불구하고, 지금의 학교는 입시경쟁위주의 교육으로 인간답게 살기위해 필요한 부분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어른들이 그렇게 강조하는 학생의 의무라는 것 역시 학생에게 권한을 주고 나서 의무와 책임을 말할 수 있는 것이지, 학생은 학생다워한다는 의무와 책임만을 강조한다면 이는 학생을 도구화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점에서 학생인권조례는 동등한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어른들이 학생들에게 기본적으로 만들어줘야 하는 교육의 바탕이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공청회 때 교직에서 퇴임했다던 어떤 분의 말이 생각난다. 인권이 없는 곳엔 인재도 없다고 했다. 나는 이 말을 이렇게 이해했다. 단지 인재육성을 위한 교육의 목적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인격이 지켜지지 못하는 곳에선 창의적일 수 없고, 또한 어른세대가 그렇게 불신하는 어린이/청소년의 미성숙을 뛰어 넘을 수 없을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