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과 이웃해 살기??
군산시 "기지 정문 정비해 미군전용 시설 만든다."
딸기(군산미군기지주민피해 상담소)
군산 미군기지가 다른 지역과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그건 바로 기지 정문에 기지촌이 없다는 사실일 것이다. 1960년대 미군들에 대한 거부감으로 주민들은 미군들의 출입 제한을 요구했다. 주민들의 민원이 있고 난 후 미군들은 기지 정문을 기준으로 3마일내에서 마을과 상가의 출입이 제한되었다. 그래서 군산미군기지 앞 정문은 다른 곳들과는 달리 유흥시설도 없고 미군들의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리고 기지촌은 기지에서 약 5킬로 떨어진 곳에 위치하게 됐다.
군산시 “미군과 주민들이 이웃해 사는 한울마을 조성”
그런데 군산시에서 미군 측에 출입 제한을 해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것도 기지 정문을 정비해 미군전용 시설을 만들어준다면서 말이다. 군산시는 유흥 시설을 제외한 음식점과 쇼핑 공간을 마련해 출입제한을 해제할 수 있도록 ‘유도’ 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미군과 주민들이 이웃해 사는 한울마을을 조성하겠단다.
그런데 우리들은 미군들과 이웃할 생각이 없다. 오히려 미군들을 원래 땅의 주인이었던 주민들을 내쫓아 내면서 기지를 확장하고 있다. 이미 많은 주민들이 땅을 빼앗기고 고향을 떠나야 했다. 또한 공군기지라는 특성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번 전투기 폭음에 시달려야 했다. 아무리 민원을 넣어도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렇게 이미 6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이제 와서 내 땅을 빼앗고 내 안전을 위협하는 사람들과 이웃해 살아가라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그동안 미군들의 출입을 제한한 것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미군 범죄 때문이다. 또한 미군 자체적으로도 911 테러 이후 테러에 대한 위협이 높아진데에 따라 미군들이 기지 밖에서 거주하는 것을 제한해 오기도 했다. 그래서 미군 측에선 애초 출입제한을 해제할 생각이 없었다. 군산시의 이러한 제한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보겠다’는 것이 미군의 입장이다. 확실하지도 않은 미군의 입장을 변화시키기 위해 군산시는 350억의 돈을 이 사업에 쓸 예정이다.
주민을 위해 쓰여야 할 돈을 미군을 위한 미군전용시설에 투자?
그런데 이 예산의 출처가 또한 문제다. 군산시는 공여구역주변지원사업 예산 중에서 350억을 이 사업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한다. 이 예산은 공여지 주변에 살면서 재산, 건강, 정신피해를 받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쓰여야 할 돈이다. 그런데 거꾸로 미군을 위한 미군 전용시설에 투자 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주민들을 위한 건강조사 사업엔 고작 2억을 쓰면서 미군전용시설엔 350억을 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생명을 키우는 땅, 주민들의 생계를 이어주는 땅이 기지의 주둔으로 전쟁의 땅이 되었다. 그 땅은 점점 넓어지면서 주민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도 모자라 이제는 시민들의 혈세로 미군을 위한 시설을 확충한다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원래 살던 주민들의 땅을 갈취해 이사를 온 미군들을 우리는 단 한 번도 이웃으로 받아들인 적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