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형의원 집시법 개정안은 헌법에 어긋난다.

채민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상임활동가)

- 이 글은 새전북신문 3월 24일 오피니언면의 신대철씨의 ‘집시법 개정 어디까지 왔나(http://sjb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28536 )’라는 기고에 대한 반박이며 집시법 개정에 관한 다른 주장이다.

3월 24일 오피니언의 기고에 올라온 신대철씨의 ‘집시법 개정 어디까지 왔나’를 보면 주장의 요점은 다음과 같다. 야간집회를 금지하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이하 집시법) 1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왔으니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한나라당 조진형 의원의 집시법 개정안(이하 조진형 집시법 개정안)을 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야간집회 시간이 규제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신대철씨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첫째, 야간집회 시간을 규제하지 않으면 야간이라 불특정 시민의 신분은폐가 용이하고 경찰의 채증이 어렵기 때문에 불법 집회시위가 발생할 것이다. 둘째 야간집회 시간을 규제하지 않으면 집회에 참가하지 않은 시민들의 불편이 발생한다. 셋째 야간 집회 시간을 규제하지 않으면 경찰력 집중투입으로 인한 치안부담으로 민생치안이 악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신대철씨의 주장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먼저 야간집회가 불법으로 변질될 거라는 의견의 문제점이다. 신대철씨의 주장을 보면 야간에 집회를 해서 문제라기보다는 이미 집회시위 참가 시민들을 예비범죄자로 보면서 야간집회가 예비범죄자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이는 집회를 보는 관점자체가 문제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으로 신대철씨의 관점은 현재 대다수 경찰이 집회시위를 ‘관리’하는 관점과도 유사하다. 소위 불법행위 채증 역시 마찬가지다. 헌법과 형사소송법도 범죄 피의자에 대한 무죄추정의 원칙을 말하는데 일어나지도 않은 사건을 두고 시민들을 예비 범죄자로 대하는 것은 명백한 과잉대응이다. 한편 불법폭력 집회시위는 전체적인 집회시위가 늘어나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극히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다. 최근의 추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발표한 조진형 집시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에 따르면 한국의 불법폭력시위는 전체 집회의 0.5%∼0.7% 정도로 상당히 적다. 광우병위험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가 있던 2008년의 경우에도 대검찰청 발표에 따르면 전체 집회 중에 단 0.6% 정도만이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오히려 대규모 집회시위가 일부 언론에 의해 편파적으로 보도되면서 불법·폭력시위로 묘사되고 이로 인해 집회시위에 대한 시민들의 걱정을 부추기고 있다.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이유도 설득력이 없다. 야간집회금지 조항을 삭제하더라도 현행 집시법은 제8조, 제11조, 제12조, 제14조에서 주요국가기관의 안전, 사생활의 평온, 교통소통, 소음규제 등을 위해 집회시위를 규제하고 있다. 때문에 조진형 집시법 개정안이 아니라도 야간집회에 대한 규제는 충분한 정도를 넘어설 정도다. 마지막으로 야간집회시간을 정해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력 집중투입으로 인한 치안부담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 역시 첫 번째 주장의 문제점에서 설명한 것처럼 타당하지 않다.
이와 같이 야간집회 시간을 제한하지 않으면 불법과 폭력행위로 이어지고 사회가 혼란스러울 것이란 우려는 우려에 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오히려 현재 경찰은 집회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무분별한 채증, 시민으로 위장한 사복경찰 배치, 소규모 기자회견조차도 과도한 경찰력 배치를 하는 등 집회시위참가자들을 자극하고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를 위축시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대철씨의 주장은 경찰의 공권력 남용을 계속 보장하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집회시위에 과잉 대응하는 경찰력을 교통과 강력범죄 단속을 위해 배치하고, 집회와 시위에 대해선 집회 장소에서 보이지 않는 원거리에서 교통정리만을 하는 것이 시민들을 위한 적절한 협조일 것이다.

집회시위는 국가권력과 거대 기업 등에 대한 비판과 견제라는 중요한 목적을 갖고 있으며,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헌법상에 보장된 기본권이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표현의 자유는 다른 기본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게 헌법학계의 일반적인 해석" 이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야간집회 금지를 명문화하고 있는 현 집시법은 ‘집회시위는 허가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21조에 따라 위헌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야간집회 금지 시작 시간을 10시 또는 11시로 정하자는 조진형 집시법 개정안 또한 위헌적이기 때문에 폐기되어야 한다. 집회에 참가하지 않는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대규모 야간집회 시에만 필요한 경우 질서유지인을 두고 야간집회 진행시에 음향 시설을 조정하는 방향 등으로 보완책을 논의와 토론으로 마련할 수 있다.
국회는 조속히 조진형 집시법 개정안을 폐기하고 헌법에 맞게 시민의 기본권인 정치적 자유를 제약하는 집시법의 야간집회 금지조항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집시법을 개정하기를 바란다.


※ 이 글은 새전북신문 독자투고로도 발송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