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계급사회에서 20대가 살아가는 법
김환희(전북평화와인권연대 자원활동가)


지난달 18일, 전북대학교에서 <부동산계급사회>저자와의 만남이 있었다. 이 자리는 학생-노동자가 함께 하는 <인문학교실>과 <진보적독서토론회>라는 모임이 함께 마련한 자리였다. 인문학교실에서는 우리의 삶을 인문학적으로 고찰하고, 새로운 대안을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 ‘먹고,자고,일하고,놀기-일명 의식주’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중 우리의 ‘쉼’의 질을 결정하는 주거권의 문제를 <부동산계급사회>라는 책을 통해서 접근해보았다.

<부동산계급사회>의 저자인 손낙구씨는 현재 진보신당에서 정책연구 활동을 하시면서 ‘용산 재개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리에도 꾸준히 얼굴을 비추고 계신다. 다년간의 경력으로 쉽고 알찬 강연을 진행해주셨다.

부동산 1계급의 자손대대 번영과 안녕은 88만원 세대에게는 암울한 현실
사실 <부동산계급사회>라는 책을 접하기 전까지 나는 부동산에 대해 관심도 없고 아는 것도 없었다. 물론 타 지역에 있는 대학을 다니면서 원룸 혹은 잠만 잘 수 있는 조그마한 방을 구하기 위해 학교 근처를 이 잡듯 뒤지고 다닌 경험은 있지만, 나의 수준에서 생각할 수 있는 부동산이란, 겨우 그런 수준뿐이었던 것. 요즘 아파트 시세라든지,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의 분양가라든지 하는 것은 어차피 내가 알 필요가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책과 강연내용을 통해서 접한 부동산을 가리키는 수치들은 어마어마한 것이었고,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1000채가 넘는 집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이르러서는, ‘누군지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강연자가 지적한 한국 부동산의 가장 큰 문제는 첫째, 너무 비싸다는 것. 둘째, 부동산으로 인해 생기는 불로소득이 엄청나기 때문에 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즉, 부동산 1계급에 속하는 사람은 자손대대로 1계급으로써의 번영과 안녕을 누릴 수 있는 데 비해, 6계급에 속하는 사람은 자손대대로 상위계급으로 올라가는 것을 꿈도 꾸기 힘든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런 현실은 특히 오늘날 88만원세대라고 일컬어지는 20대 청년들에게 매우 암울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치솟는 물가에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열심히 저축하지만, 10년 이상 저축을 하여도 ‘내 집 장만’하기가 힘든 현실이라니. 이건 뭐, 아무 희망도 없는데 억지로 희망을 만들어내면서 사는 게 아니고 뭐란 말인가.



“우리 부모님만큼 사는 것도 힘들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
이렇게 오직 생존만이 목표가 되어버린 청년들이 보수화되고, 한나라당을 지지하게 되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우리에게는‘생존’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과 연대와 사랑이 필요하다. <부서진 미래>라는 르포문학에서 취업준비중인 한 20대가 말했듯이 “우리 부모님(의 경제적 수준)만큼 (도달하여) 사는 것도 이렇게 힘들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인지 미처 몰랐어요.”가 아닌 “우리 부모님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고 가능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건 뭐, 늙어가는 부모님을 우리가 부양할 것이 아니라, 늙어가는 부모님에게 언제까지고 의존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청년들의 실상이 아닌가 말이다.

선택은 결국 본인의 몫이다. 바늘구멍만한 희망의 문턱을 통과하기 위해 피터지게 자신을 채찍질하든지, 아니면 차라리 그 힘으로 모두가 “웬만큼”은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에 일조하든지. 그런 책도 나왔었다. “혼자 잘 살면 무슨 재민겨”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잘 나가는 친구들을 보며 아픈 배를 부여잡고, 한편으로는 아직도 취업전선에서 헤매고 있는 친구들을 보며 답답한 마음을 부여안고, 하루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