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체벌 없는 어린 시절을 위하여
[책소개] 사랑의 매는 없다
양혜진(전북평화와인권연대 상임 활동가)
사랑의 매는 없다/앨리스밀러
이 책은 심리치료 학자인 앨리스 밀러의 아동학대와 체벌에 관한 보고서이다. 나도 어렸을 적 부모님께 수도 없이 매를 맞고 자랐다. 생계도 꾸려가야 하고, 자식들 뒤치닥거리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부모님이 싸우는 아이들을 통솔하는 방법은 매로 아이들에게 겁을 주는 것이었을 것이다. 싸우면 누구 잘못을 떠나 무조건 맞았다. 매를 맞으면서 싸우면 매를 맞는다는 것을 알기에 어떻게 동생들을 골탕 먹일까 궁리하며 더 교묘한 방법을 연구하곤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린 시절 체벌에 대한 경험은 비슷할 것이다. 이 책은 그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으로 아동에 대한 체벌을 어쩔 수 없는 거야라고 이야기하고 있진 않은지 묻고, 인간에게 어린 시절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체벌은 폭력이다. 체벌이 왜 폭력인가 하는 것은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체벌을 가하는 사람은 보통 힘 있는 어른들이다. 또한 일부의 어른들은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상황에서 아이를 때린다. 그런데도 우리사회는 체벌을 여전히 교육적 선택의 범주에 넣고 있다. 수십, 수백대의 매는 안되지만, 아이의 잘못을 알려주는 의미의 몇 대의 매는 필요하다는 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다. ‘사랑의 매’가 바로 그것이다. 흔히 교편을 잡는다는 말은 교사생활을 좀 고상하게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편(鞭)은 채찍이라는 뜻이니, 교편은 교사가 사용하는 회초리나 매쯤 될 것이다. 한국사회는 교사들이 사용하는 회초리를 ‘사랑의 매’라고 부르는데 별로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또한 일부 교사들은 교육적 체벌은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체벌은 학교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미운자식 떡 하나 더 주고, 예쁜 자식은 매 한 대 더 준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에서 알 수 있듯 한국사회는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체벌에 대해서도 사회적 비난을 면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어른들이 체벌의 이유로 가장 많이 꼽는 것은 아이가 잘못을 뉘우치게 하기위해서 하는데, 잘못을 뉘우치게 하는 방법이 꼭 매여야 하는가? 다른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지 않으면 안되는 끔찍한 이유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매를 맞는 아이들의 정서와 감정이 어떠한 상태인지, 또한 어릴 적 경험이 아이의 인생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알게 된다면 체벌을 교육적 방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앨리스 밀러는 체벌이 불안감을 낳는다고 말한다. 공포가 온통 의식을 사로잡기 때문에, 그런 상태에서는 차분하게 깊이 생각할 수가 없다. 이렇게 매를 맞고 자라면, 경우에 따라서 실제로 어른으로 성장하는데, 또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사람은 평생 감정적으로 미성숙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체벌은 폭력과 무지의 악순환에 의해 발생하는데, 신경생리학적으로 밝혀낸 정보를 통해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1. 체벌을 당연시하는 전통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은 고통과 굴욕을 부인한다.
2. 어린이는 생존을 위해서 고통과 굴욕을 부인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 때문에 감성적으로 둔감한 인간으로 성장한다.
3. 둔감해진 감성은 위험을 피하려고 뇌 속의 장벽(사고의 폐쇄)을 설치한다.
4. 사고가 폐쇄된 청소년과 성인들은,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여 가공하고, 시효가 지난 낡은 프로그램을 삭제하는데 방해를 받는다.
5. 그와 반대로 육체는 자기가 겪은 굴욕을 빠짐없이 기억한다. 또 이 기억은 당사자를 충동하여 과거에 당한 굴욕을 무의식적으로 다음세대에 전가한다.
6. 사고가 폐쇄되면,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것이 불가능 하거나 어렵다. 이를 예방하려면 과거를 반복하도록 충동하는 이유를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통해 밝히겠다고 결단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결단을 내리는 사람은 드물다. 아이들은 매로 키워야 한다는 조상의 가르침을 대부분의 사람이 되풀이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책 16~1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