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남(전북평화와인권연대 부설 미군기지주민피해상담소)
높아만 가는 하늘을 보고 있자면 소풍가고픈 마음이 절로 생기는 가을이다. 이 좋은 가을날 들판을 걸으며 운동도 하고 평화도 지킬 수 있는 일석이조,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님도 보고 뽕도 따는 행사가 있으니 바로 9월 12일에 열리는 평화대행진이다.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 걸을 것
이번 평화대행진은 주민들의 농토를 빼앗아 기지를 만들려고 하는 확장예정지를 도보로 행진한다. 1회와 2회에 참여해 수풀을 해치며 새만금 죽음의 갯벌을 걸었던 분들은 그때의 고생스런 길은 잊길 바란다. 이번에는 잘 포장된 농로를 이용해 행진을 할 테니까 말이다. 이번 행진에서 걷게 될 코스는 아파치 헬기부대의 이전으로 인한 확장, 탄약고 안전거리 확보 사업으로 인한 확장등 온갖 명분으로 확장이 예정된 지역이다. 아파치 헬기부대는 처음엔 2개 부대의 이전이 목표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2개 대대 중 1개 대대의 철수 계획이 발표되어 군산에는 아파치헬기부대 1개 대대만이 배치될 예정이다. 배치되는 헬기부대의 수가 줄어든 만큼 공여되는 지역도 줄여야 한다. 주민들의 땅이 필요이상으로 주한미군에게 공여되어선 안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땅들은 아직도 공여지로 묶여 있는 실정이다. 이대로 기지가 확장된다면 우리가 이번 행진에서 돌아볼 농토는 더 이상 밟을 수 없는 땅이 된다.
더 커지고 더 넓어지는 소음, 커지는 주민 피해
계속해서 켜져만 가는 기지로 인해 군산 옥서면 시골 마을은 들썩들썩하다. 지난 2006년 군산 앞바다의 작은 섬 직도가 미군의 국제폭격장으로 승인된 이후 전 세계 미군들은 군산으로 몰려와 폭격훈련을 한다. 때로는 6개월씩 군산으로 순환배치 되어 전쟁훈련을 수행한다. 전투기 수도 늘어나고 훈련횟수도 늘어나 인근 주민들은 심각해진 소음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이 전투기들은 밤낮 없이 뜨고 날아 시끄럽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쩔 때는 지붕 위를 고속으로 날아가 삐융~ 소리를 낸다. 빵! 하고 폭탄만 터지는 효과음만 있다면 그야말로 전쟁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다. 전주에서도 4월 달에 비슷한 일이 있었다. 유에프오네, 지하 핵실험이네, 지진이네.. 많은 설들이 퍼졌던 그 전주 굉음 역시 전투기들의 무분별한 비행으로 인한 것이었다. 이제는 군산에 사는 사람뿐만 아니라 전주, 익산으로까지 전투기 폭음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직도 폭격장이 신설된 후 커지는 것은 소음만이 아니다. 직도 인근 주변 환경오염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도에 대한 환경조사 결과 중금속과 납에 오염된 것으로 알려 졌다. 미군들은 기지에서 흘러나온 기름으로 논을 오염시키는 것도 모자라 군산 앞바다까지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점점 커지는 기지로 인해 주민들의 피해 역시 점점 커져만 간다. 정부는 한미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안보라는 이름으로 주민들에게 피해를 감수하라고 말한다. 주민들의 생존권보다 안보가 중요시 되는 세상에서 주민들이 받는 고통은 무시되고 있다. 지자체나 한국정부에는 전국에 산재한 미군기지에서 발생하는 각종 주민피해에 대한 대책이 없다. 참다 참다 민원전화라도 넣으면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기 일쑤다. 그 누구도 책임 있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걷고 또 걸으면 평화가 온다
이 답답한 현실 속에서 함께 걷고 또 걸으며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고민해 봤으면 한다. 비록 작은 실천일지라도 지속적으로 미군기지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면 미군들도 한국정부도 시민들의 말을 무시하지 않는 날이 오겠지...! 1년 중 하루라도 군산 미군기지 문제에 관심을 갖고 평화대행진에 함께 해 평화를 원하는 마음들을 모았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들이 모이고 또 모이면 철조망을 불판으로 맛나게 고기 구워먹으며 축제를 벌일 날도 곧 다가오지 않을까?
롱롱 빅마치 평화대행진! 이제 97번만 더 걸으면 평화가 찾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