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을 끝까지 기억합니다.”
문규현(전북평화와인권연대 공동대표)
어제는 용산현장에서 단식기도 하시는 신부님들이 참 많이 힘들었다 합니다. 단식이 일주일 째 가까워오니 기력은 이미 많이 소진되었을 테고, 설상가상으로 경찰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밟히고 했답니다. 오늘부터는 비도 많이 내린다니 더더욱 힘들어질 것입니다.
현 대통령에서부터 그에 아첨하려는 모든 공권력들이 보여주는 야비함과 무례함, 패악질과 패륜 행태는 역대 그 어느 정권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점입가경입니다. 이 정권이 국민과 소통을 하네, 안 하네 하고 따지는 것은 무언가 여전한 기대가 담긴 말입니다. 저들은 이미 ‘소통’ 문제를 얘기할 수준이 아닙니다. 소통한다 함은 ‘불편한 존재여도 그래도 인정은 한다.’ 이런 게 기본적으로 들어있는 건데, 이명박 정권은 애초부터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존재들은 아예 치우고 밟아버려 영원히 못 일어나게 만들자는 생각으로 꽉 차 있습니다. 저들은 점령군이고 국민은 적입니다.
독선과 아집이 개인이 아닌 권력기관과 시스템으로 움직이면 그게 독재인 것입니다. 행정 입법 사법 검찰 경찰에 아첨꾼들과 사리사욕에 가득한 자들이 수장자리를 차고 앉아 똘똘 뭉쳐, 하루도 편안할 날이 없이 매일 제멋대로 정치에 국민과 대결하고 있습니다.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들은 지난 6월 15일 전국사제 1178인 명의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용산참사 현장에서 단식기도에 들어갔습니다. 신부님들이 발표한 시국선언문을 잘 읽고 널리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용산참사 현장은 우리시대 모든 모순들이 극단화된 상징입니다. 어려워말고 참사현장을 한 번씩 들러주시기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거기서 벌어진 일과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 잊지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이 시대 성지순례마냥 말입니다. 다름 아닌 우리 자신과 자식세대를 위한 행위입니다.
이렇게 우리의 오체투지 기도순례는 계속 되고 있습니다. 멈출 수 없는 여정입니다. 인생바다에 큰 파도도 있고 아름다운 시간도 있게 마련입니다. 파도들이친다고 손 놓고 움츠려 있을 순 없습니다. 그 자체가 죽음입니다. 긴 호흡으로 “두려워하지 말라.”는 예수님께 의지하며 이 긴 항해의 길을 씩씩하고 즐겁게 가야 합니다. 올해 오체투지 순례를 떠나며 썼던 글을 다시 올려봅니다.
도무지 믿기 힘든 현실, 이런 비탄과 절망의 현실을 빤히 눈뜨고 보면서도
도리어 선을 긋고 침묵하며 고개 돌리고 저 멀리 비켜간다면,
자기 말과 행위의 진정성과 인간애를 진실하게 살피며 새롭게 살기를 도모하지 않는다면,
과연 그런 종교는 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인간의 양심과 선함은 무엇이고, 사랑과 자비는 또 무엇입니까?
도덕은 무엇이고 지성은 무엇이며, 운동은 무엇이고 진보는 또 무엇입니까?
진리는 무엇이고 수행은 무엇이며,
천국은 무엇이고 정토불국은 또 무엇이란 말입니까?
온몸 낮춰 용산참사 희생자들에게 사죄의 길을 갑니다.
미안합니다. 참으로 미안합니다.
상처입고 고통 받는 모든 존재들을 위해 온몸 드리어 기도의 길을 갑니다.
기억합니다. 여러분을 끝까지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