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만 파먹고 살거라!

전라북도지사 김완주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라북도민 200만과 함께 큰절을 올렸단다.
전라북도민이라는 소속감을 갖고 살지는 않지만, 고마우면 지 혼자 큰절을 할 일이지 200만 도민 전체가 큰절을 올린다고 구라치고 난리를 떠는지 ‘에라이~ 새만금이나 평생 파먹고 살아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온다. 당신들이 말하는 수질 개선은 여전히 불가능해 보이고, 아직 매립도 안 된 새만금에 언제 들어설지 모르는 ‘명품 복합도시’라는 김칫국에 저렇게 환장한 모습까지 보이면서 '나 새만금 파먹고 사는 정치꾼이에요'라고 말하고 싶을까?

전북에서 새만금은 절대적으로 옳다. 낙후되고 소외된 지역을 지상천국으로 만들어줄 ‘개발’이기 때문이다. 전북은 낙후된 지역이라는 이상한 한을 가지고 있는 곳인데 “전북에 정부의 예산이 1원이라도 들어온다면 바다든 뭐든 다 막아야 한다.”는 1원을 너무나 사랑하는 어떤 아저씨의 말을 들은 적도 있다.

이런 전북에 오로지 개발이라는 이름만으로 절대선이 되어 바다와 갯벌과 조개와 어민, 그곳에서 숨 쉬던 모든 것을 죽여 만들어진 곳이 새만금이다. 전북의 두바이, 천년의 비상 따위의 이름을 붙이더니 이명박은 여기에 ‘명품 복합도시’라는 이름까지 붙여주고 200만 도민의 절을 받는다.

김완주가 새만금을 파먹고 사는 정치인답게 200만 도민의 절을 이명박에게 올렸다는 이야기를 들을 적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방조제 공사 후 바다가 데려가 버린 생합을 잡던 어민이었다. 어민의 생명도, 갯벌도, 그 안의 모든 생명들도, 모든 가치도 깡그리 다 먹어치운 게 새만금이다.

새만금 방조제 공사 후 바다였던 곳이 육지로 드러나고 햐얗게 조개 무덤이 쌓이던 새만금에 가장 먼저 들어선 것은 군산 미군기지의 폭발물을 처리하기 위해 미군이 무단으로 설치한 철조망이었다. 이에 전북도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갯벌이 육지가 되자 미군은 새만금 땅 천 만평을 요구했고, 갯벌이 육지가 되자 미군은 군산 공항을 늘려서 국제공항으로 만들고 전투기 훈련도 함께 하자 했다. 군산미군기지는 이렇게 든든하게 자리를 잡고 직도는 미군의 국제폭격장이 되어 전 세계 미군의 전투기들이 날아와 훈련을 한다. 이 때문에 이제 군산뿐만 아니라 전주에서도, 익산에서도 매일매일 전투기 소음에 시달린다.

이리 보면 새만금은 전북도민들을 명품복합도시라는 매트릭스에 가둬두고 어민들의 삶을 잡아먹고, 덤으로 주민들의 평화를 잡아먹고, 평화로운 일상을 잡아먹는 괴물이다.

방조제가 바꿔 버린 물길에서 있었던 죽음을 두고, 바다만 바라보고 있어도 시름이 날아간다던 삶을 빼앗긴 계화도 어민을 두고, 개발에 팔아넘겨버린 주민들의 평화를 두고 아무도 보살피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을 두고 또또또! '명품 구라'를 말하고 싶을까? '명품 구라'를 내려주신 이명박에게 김완주는 감사의 절을 올리고 싶을까?

사람을 죽이고, 다양한 삶의 가치를 묻어버리고, 200만을 도매금으로 넘겨도 환영을 받는 어처구니 없는 이 상황이 ‘개발’이 가진 힘이라면 이 환상의 새만금은 전북에만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철거민을 죽인 용산 ‘개발’이, 4대강 대운하 ‘개발’이, 토건국가-삽질경제를 지향하는 이명박이 새만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