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누군가 나의 대화를 엿보고 있다
<통신비밀의 자유와 인권>‘통신비밀보호법’ 법안의 문제점


7월2일 정보인권단체들이 국회 앞에 모여 국회 본회의에 올려진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사진 참세상
지난 6월 22일 국회법사위를 통과하고 국회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는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개정안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개정 통비법은 휴대전화의 합법적인 감청(敢請)과 위치추적시스템(GPS)을 활용한 위치정보 활용, 이동통신사업자의 감청설비 의무화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 검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들은 사실상 모든 전기․통신을 감청 할 수 있게 됐다.
  
이것은 국가가 국민의 사생활을 비롯한 개인정보를 지나치게 개입하고 감시하여 국민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이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심각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문제가 되는 통비법에 대하여 살펴보자

‘통신비밀보호(?)법’ 법안의 문제점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제15조의2 제2항, 동법 시행령 제21조의4 제2항에서 통신사실 확인 자료의 보관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긴 하나, 이를 의무로 하거나 위반에 대한 제재를 규정하고 있지 않는다.

그러나 개정안은 통신사실 확인 자료를 보관하지 아니한 자는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함으로써 모든 전기통신사업자의 통신사실 확인자료 보관을 의무화하였다. 이는 개인정보 및 통신 비밀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수집, 유출 문제가 심각한 우리 현실에서는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즉각 삭제하도록 하는 제도적 대책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개인정보보호에 역행하고 만든다.

또한 범죄를 해결한다는 추상적이고 장기적인 목적을 위해 범죄 예비단계도 아닌 일반 국민의 통신기록을 최대 1년간 보관한다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의 제정 취지를 위배하고 국민의 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의 경우 수사기관이 통신사실 확인 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때 대상 범죄의 한정이 없고, 요건도 단순히 ‘수사 또는 소추’를 위해서 필요한 경우라고 규정하고, 범죄혐의를 소명할 수 있는 자료의 첨부도 요하지 않고 있다. 결국 어떠한 범죄를 할 예정인지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범죄 예비 상태 정도의 혐의자도 못되는 일반 국민을 상대로 광범위한 자료가 수집되는 것이다.

특히 현행 시행령 제21조에서 ‘피의자·피내사자가 아닌 다수인에 대하여’도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바, 수사기관이 영장주의의 기본원칙을 무시하고 남용할 가능성이 높다.

'누가 언제 몇 번이나 어느 위치에서 통신을 했는지 자료수집' 안돼 !!!

누가 통신을 했는지, 언제 몇 번이나 했는지, 어느 위치에서 통신을 했는지 등의 통신사실 확인 자료는 통신 내용만큼이나 보호받아야 할 통신 비밀의 대상이다. '사소하지 않은 정보는 없다'라는 명제를 상기해 보면 이것은 통신비빌 보호법이 아니라 통신비밀 확대법이라 할 수 있는 이유이다.

또한 컴퓨터통신 및 인터넷 사용자의 서비스이용사실을 보관토록 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에 치명적인 위험을 안겨줄 여지가 있다. 보관되어야 할 통신사실 확인 자료에는 “컴퓨터통신 또는 인터넷의 사용자가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한 사실에 관한 컴퓨터통신 또는 인터넷의 로그기록자료”라는 폭넓은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법 제2조 제11호 마)

여기서 로그기록이라는 것은 이용자가 홈페이지에 접속한 일시나 접속한 컴퓨터의 위치 뿐 아니라 접근한 파일 이름, 파일의 용량, 이용자가 쓰는 브라우저의 종류 등 이용자의 인터넷 이용기록 대개가 보관되고, 접근한 파일 이름을 분석하면 어떤 게시판을 읽었는지, 어떤 글을 썼는지를 추적할 수 있다.

로그기록은 서버를 운용하는 사업자가 설정하기에 따라 보관 범위가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으며 사업자 임의대로 손쉽게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증거 능력에 대해 해외에서도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 해외와 달리 주요 인터넷 사이트의 경우 실명으로 가입하도록 하고 있는 한국의 경우 상시적으로 통신사실 확인 자료를 보관하여 이용자의 일상생활을 감시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대한 프라이버시 침해를 낳을 수 있다.

한편 휴대전화는 유선전화와 달리 내밀한 공간에서 지극히 사적인 대화와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매체이다. 모든 휴대전화는 매 개인별로 실명으로 개설되기에 그 사용자가 1인으로 특정된다. 또한 단순히 소지하고 있는 경우에도 통화자의 위치가 드러나며, 결재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하고, 화상까지도 드러나게 된다.

결국 휴대전화의 감청은 피감청자의 통화내용 뿐 아니라 금융업무, 쇼핑, 인터넷 이용 기타 정보이용까지 감시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감청 대상이 ‘인터넷 전화’, ‘전자우편’이나 ‘메신저’까지 확장되게 되면 그 영향이 더 커질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국민적 공감대 하에 사실상 금지되어 왔던 휴대전화에 대한 감청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게 되는 것은 또한 전기통신사업자가 감청에 필요한 설비를 보유한다는 것은 상시적, 일상적 감청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국민의 기본권은 '원칙이 보장이고 예외가 제한'이다 라는 원칙을 거꾸로 세우는 것이므로 개개인의 사생활과 프라이버시를 크게 위축시키게 만든다.  

'사소한 정보는 없다', 통비법의 독소조항 여기저기에

이외에도 긴급통신 제한조치를 가능하게 하여 긴급통신 제한조치의 경우 사실상 법원의 허가를 회피하는 방법으로 남용되는 등 통비법의 독소조항은 여기저기서 발견하게 된다. 따라서 통비법은 가능한 한 개인의 통신자유를 보장하고 통신 비밀을 보호한다는 본래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하여 오히려 통신비밀제한법으로 전락되어 헌법 제18조인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라는 조항을 크게 위협한다.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는 국민의 일상에 대한 감시·사찰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휴대폰과 인터넷 등을 통한 통신의 자유를 누리는 데에 국가가 작동하는 사회 속에서 가능하다. 너와 나 우리 모두의 대화가 늘 누군가 엿듣고 있으니 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