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서 개인정보인권 침해
<지문인식기와 인권>인권은 감시와 양립할 수 없다
최근 전주시에서 지문인식기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전북지역에서는 2005년 중고등학교 14개 학교에서 학생들의 급식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지문인식기를 도입했다가 ‘인권침해’ 논란이 일자 철거한 예가 있다.
전주시에서는 보안유지, 인적자원의 효율적 관리, 근태자료의 전산화를 위해 지문인식기를 CCTV와 함께 설치하겠다고 한다. 공무원들이 초과근무시간을 대리 기재하는 방법을 감시하기 위하여 도입한다고 하니, 공무원들은 꼼짝없이 지문인식기에 의해 통제받을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러나 지문인식기는 근본적인 인권문제를 야기한다. 물론 CCTV도 그러하다.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동원되는 보충적 수단... 지문인식기
개인의 지문(指紋)은 홍채 등과 같이 사람마다 다른 고유한 개인의 신체 정보로 이를 개시(開示)할 경우 해당 정보주체의 정보인권을 위협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법치주의 원칙상 그 취득, 저장, 전달, 이용 등을 위해서는 반드시 법률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문인식기를 설치하려는 것은 문제의 전주시가 공무원들의 초과근로시간의 대리문제를 막기 위해서 모든 공무원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의 그릇된 의식과 관행을 바로 잡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공무원을 비롯한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제한하면서까지 시행해서는 안 된다. 이는 헌법이 규정한 기본권 제한원칙인 적법절차원리(헌법 제12조 ; 모든 국가작용은 정당한 법률을 근거로 하고 정당한 절차에 따라 발동되어야 한다)와 법률에 의한 제한 원칙(헌법 제37조 ; 기본권 제한은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법을 지키고 국민에 대해여 봉사자로서의 기능을 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서 위법과 개인정보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행정기관으로서의 위치를 망각한 행위이다.
또한, 첨단 감시 장비의 설치 및 운영이 법률에 근거를 두더라도 그 내용이 명확하고 상세하지 않으면 이 역시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과잉 제한이 될 수 있다. 지문인식기나 CCTV 도입은 범죄예방과 범죄수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원칙적이고 일반적인 조처들이 검토되고 강구된 후 그러한 조처들로도 범죄예방과 수사라는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없는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동원되는 보충적 수단임을 행정기관은 인식해야 한다.
“밀어붙이기식 정책 수행... 국민적 손실과 인권침해 반드시 발생”
우리 주위는 곳곳이 감시체계로 둘러싸여 있다. 아파트, 시내버스, 학교, 은행 등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고 있으며 개인 정보인권이 속수무책(束手無策)으로 침해되고 있다. 게다가 최소한의 정보인권 보호를 위한 장치는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또한 국민 개개인의 인권감수성도 엄청나게 낮다. 자신들의 정보인권이 침해를 당해도 당연히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05년 도 교육청은 지문인식기를 인권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보지 않고, 여론의 질타 속에 미봉책으로 철거하였다. 전주시의 지문인식기도입을 바라보는 공무원의 인식도 이와 다르지 않다. 다른 지역에서 이미 시작하고 있는 것을 이유로 이에 대해 수용할 자세를 지니고 있다.
인권은 사회적 공론화와 토론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특히 행정기관이 어떤 정책을 수행 할 때에는 민주적인 의사수렴은 물론 그것이 인권문제를 초래 하지 않는지 상세하게 검토해야만 한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이미 어떤 결론을 내리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정책을 수행하면 그 과정에서 국민적 손실과 인권침해는 반드시 발생하게 된다. 그러므로 전주시는 지문인식기 도입을 즉각 중단하고, 인권문제에 관하여 진지하게 검토하는 자세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감시사회에서 인권보장이란 있을 수 없다. 인권은 감시(監視)와는 양립할 수 없는 모든 인간의 소중한 가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