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현대가족 이야기> 조주은씨 여성 강좌


27일 오후 6시,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주최로 조주은씨의 '현대가족이야기' 여성 강좌가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에서 열렸다.
“우리 사회가 가족 애정공동체라는 신화에 기대 가족화 되어 있지만 이는 신화에 불과하다. 신화라는 것은 가족 안에서의 여러 가지 폭력의 문제, 불평등한 자원 배분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또 하나, 애정을 이야기할 때는 여성(어머니)의 노동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현대가족 이야기>를 펴낸 조주은씨가 인권단체에서 마련한 강의에서 가족주의 신화에 대한 강좌 내용의 주요지다.

지난 2004년 울산지역 현대자동차 생산직 노동자 가족에 관한 내밀한 이야기를 펴낸 조주은는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읽어 주었으면 한다”면서 “가족의 문제는 여성의 문제”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조씨는 강의에서 사회에서 일상화 되고 있는 ‘가부장성’의 구체적 사례들을 들며 ‘가족화’, ‘모성’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대해 2시간 넘게 ‘웃음을 유발하는’ ‘각성 하게한’ 강연을 했다.

1.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어떤 위치에 처해있는지

조주은씨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어떤 위치에 처해있는지’에 대해 만남을 소개 받는 과정에서 남자의 첫 번째 질문이 ‘예쁘냐’라고 궁금해 한다는 예를 들며, “여성의 외모, 몸이 1차적 정체성으로 남성중심 사회에서 등급이 매겨지고 있다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러한 것이 가족 안에서도 사회 안에서도 운동사회 안에서도 알게 모르게 만연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들이 집(가정), 단체, 회사 등에서 사랑, 애정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하는 노동을 담당하고 있는 위치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이어 근대 이후 사회는 분리, 경계, 어른세계로부터 아동의 축출 등이 근대사회 특징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남성성의 1차적인 것으로 경제적 부양능력, 여성성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노동으로 성별분업이 있다고 <표> 근대화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일례로 “바바리맨이 자신의 성기를 보여줬는데 여성들이 섹시함을 느끼기는커녕 공포를 느꼈던 것은 우리 사회의 남성성 핵심이 이성(정신)이기 때문에 남자의 벗은 몸은 반대되는 개념 쪽에 있는 것”이여서 “지배적인 남성성의 이미지와 배치되기 때문에 징그럽고 공포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 가족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이어 ‘가족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조주은씨는 “우리가 가족과 관련돼 갖고 있는 편견은 ‘가족은 애정공동체이다’”라며, “가족은 성(gender), 연령에 의한 권력관계가 교차하는 갈등의 장으로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규정했다. 가족 안에서 아동 성폭력, 여성 노약자에 대한 폭력, 특히 어른의 권위에 순응하는 것을 학습시키는 장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조주은씨는 가족 안에서 종교적 신념, 가치관, 정치적 사상 등을 인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동체 이름으로 가족 안에서의 다양성이 끊임없이 좌절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씨는 장애인 여성과 장애인 남성의 차별 실태를 들며 사회 내 ‘자원의 불평등한 배분’을 설명했다. 또한 가족주의가 강화되는 기재에는 우리사회의 빈약한 교육, 복지, 주거, 의료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3. ‘가족은 애정공동체이다’ 신화...‘정상가족’의 성별분업 고착화

‘가족은 애정공동체이다’라는 신화에 기대서 가족주의가 우리 사회에 기승을 부리고 있는 사례로, ‘가족같은 분입니다’ ‘가족 같은 편안한 분위기’ ‘가정식 백반’ ‘가족같이 모십니다’ 등 이상(ideal)으로서의 가족화를 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호칭의 문제에서 ‘미스 김 내 딸처럼 생각하거든’이라는 말은 ‘곧 성희롱 할 거야’라는 말의 신호탄이라는 것. 대학생들이 데이트 성폭력 직전에 ‘오빠 못믿어’ 등, 이러한 가족 호칭은 유사 가족관계로 들어오게 해 여성을 착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조주은씨는 어머니 신화와 관련해서, 술담배 하는 ○○아빠, 자위행위 하는 ○○아빠, 살의를 느끼는 ○○아빠, 연애를 하고싶은 ○○아빠 대신에 술담배 하는 ○○엄마, 자위행위 하는 ○○엄마, 살의를 느끼는 ○○엄마, 연애를 하고 싶은 ○○엄마라고 표현했을 때, 어색함을 느낄 것이라며, 우리사회에서는 여성(어머니)의 욕망을 솔직하게 말하기 어려운 사회라고 지적했다.

조씨는 이어 ‘여성이 문제제기 할 때, 문서, 논리(문서)라는 남성언어를 요구한다’며 가부장적인 운동사회의 이성(논리) 중심성에 대해서 질타했다. “남성성의 핵심인 첫 번째 경제력, 두 번째 침묵, 세 번째 무관심, 네 번째 분노가 여성을 억압하는 기재가 된다”는 것이다.

이어 조주은씨는 ‘다양한 가족’이 무엇이냐‘는 질문으로 ‘정상가족’이 성별분업을 고착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씨는 “다양한 가족이 늘어나고 있다고 할 때, 정상가족의 변형, 변이된 형태로 약간의 낙인이 있다”면서 “하지만 정상가족(핵가족)이 부부폭력, 성역할 등 성분업을 재생산 하는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조씨는 노동운동 간부의 집 방문 경험을 이야기 하며, 현대가족 이야기에서 대기업 생산직을 주목한 이유가 전형적인 성별분업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4.  ‘그렇다면 남성들은 어떻게 해야되요?’

조주은씨는 ‘그렇다면 남성들은 어떻게 해야되요?’라는 물음에 “경제력도 중요하지만 이에 상응하는 여자의 능력인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애정, 부드러움 능력을 키우고, 침묵하지 말고 대화하고, 여성을 뭘 원하는지 알아야 된다, 그리고 화내지 말자고 이야기 한다”고 답했다.

조씨는 남성 활동가들의 실례를 들며 남녀관계에 있어 남성의 모순적인 시각을 지적했다. 조씨는 “남성 사회 활동가들이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과 기대는 모성적인 따듯함, 그러면서 동지, 그러면서 성적인 존재이기를 원하는 모순적”이라며 “그래서 운동사회에서 보이지 않은 성희롱, 성폭력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가족은 해체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맞는 것 같은데 오히려 반발력이 대단하다’는 수강자의 질문에, 조주은씨는 “역사적으로 가족형태는 다양했으며, ‘대안가족’이 충분히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하지만 너무 이상화시킬 필요는 없고 가족에 대한 대안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조주은씨가 준비한 여성강좌 참고자료에 나온 말이다.

“‘가족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의 문제는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가와 관련련 실천적인 대안과 관련해서 핵심적인 질문이다...(중략)...

내 가족은 진정으로 위로와 지지의 공동체였고 지금도 그러한가? 그러한 담론은 누구의 입을 가로막았는가? 왜 가족이 아닌 사회는 사회구성원들에게 위로와 보호를 주지 못하는가?

가족 안에서 위로와 보호를 보내는 사람은 누구였던가? 왜 ’우리 가족‘만 가장 소중해야만 할까? 왜 혈연과 결혼제도를 벗어난 관계는 가족이 되지 못할까?

이러한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을 통하여, 가족(도 사회이다)은 소위 사회의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계급, 성별, 연령간 권력관계로 얿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즉 우리는 실제로는 평화와 전쟁, 갈등과 억압으로 점철된 ’우리 가족‘을 신성한 권좌에서 내려오게 하는 작업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2007-02-28 14:40:33   김현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