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들의 '일할 권리' 의미 노동절에 담겨야


113주년 노동절을 맞은 오늘, 당당한 노동자로서 노동절을 맞이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일자리를 잃고 몇 년 동안 고용과 실업상태를 계속 반복해오다 일자리를 더 이상 구하지 못하는 장기실업자가 그들이다. 97년 IMF 이후 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수많은 실업자들의 문제는 '일할 권리'에서 배제된 노동자들의 문제임에도 실업자들의 '일할 권리'는 사회적 요구로 제기되지 못하고 있다.
전북지역의 실업률은 현재 2.7%(2003년 4월 통계청 발표)로 다른 도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IMF 당시와 비교해 실제 실업률은 나아진 바가 없다. 이는 비경제활동인구로 포함되는 실망실업자가 늘었기 때문이지 그만큼의 고용이 늘어서가 아니다.
이 속에서 실업과 빈곤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해 고통을 당하는 장기실업자들이 있다. 이들 대부분이 50∼60대로 아직 충분히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건설 현장이나 식당에서 일을 했지만 IMF 이후 대량 실업은 건설 현장이나 식당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평균연령을 40대로 낮춰놓았다. 이들은 실업이 장기화되면서 빈곤화된 저학력/비숙련/고연령의 노동자들로 일자리를 잃은 후 반복실업을 되풀이하다 사실상 장기실업 상태에 이르게 된다.
장기 실업자들은 실업으로 인한 빈곤의 문제만을 안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실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가정 폭력이나 자녀 문제 등이 발생해 결국 가정이 파탄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전북실업자종합지원센터의 김미선 씨의 설명이다.
이들에게 정부의 실업 정책은 무용지물이다. 고학력에 전문기술을 가진 실업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사회적 지원을 더욱 필요로 하는 장기실업자들에게는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 노동부나 고용안전센터 등을 통한 구직이 이미 불가능한 장기 실업자들이 마지막으로 민간 실업자지원센터 등으로 찾아오기도 하지만, 이 사람들이 일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없는 상황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2조는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며 '일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 헌법의 노동권 보장 이념은 노동자가 노동을 통해 살아가거나 최소한도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방도를 마련하는 것이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라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장기실업자들이 현재의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고 장기실업은 삶의 빈곤으로 이어지지만 생계유지를 위한 고용보험이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적용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최소한의 삶의 안전망에서 조차 배제돼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까지 박탈당한 것이다.
실업이 사회구조적인 문제라고 인식하지만 실업자 개인에 대한 지원 이상이 요구되지 못하고 있는 현재에서 이들이 가지는 적극적인 권리로서 '일할 권리'에 대한 요구가 필요하다.
113년 전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에 맞선 '노동시간을 단축하라'고 외친 노동자들의 요구는 오늘 얼마든지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도 사회적 생산활동에서 소외된 실업자들의 적극적인 '일할 권리' 요구와 이어져야 할 것이다. [임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