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권법 개·폐 선행돼야

노무현 정부는 오는 30일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사회통합을 위한 첫 조치로 1418명의 시국  공안사범을 특별사면·복권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조치는 미결수와 수배자, 병역거부 양심수, 반미운동에 앞장선 사람들을 사면·복권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에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인권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대규모 사면인 것처럼 보이나 실제 감옥에서 나오는 사람은 13명뿐이며, 이는 전체 시국사건 관련 양심수 45명(민가협 올 4월 3일 집계)의 30%도 채 되지 않는다"며 "더욱이 전국적으로 1132명에 달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는 변죽만 울린 특별사면으로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특별사면 조치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에서는 병역거부 양심수의 석방을 요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도 최근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통상 1년6개월의 실형이 선고되는 점을 들어 이 기간 이상 복역한 262명의 항명수(군 입대후 집총을 거부한 사람들로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들에 대한 가석방을 강력히 촉구했다. 그러나 이들의 요구는 국방부의 반대로 사면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대해 연대회의는 "유엔인권위원회에서는 이미 89년에 사상·양심의 자유의 합법적 행사로써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인정했다"며 "특히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과 강제투옥 금지'를 권고하고 있어 양심의 자유가 온전히 보장되기 위해서는 종교적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이들도 당연히 양심수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양심수의 사면복권 대상자로 제기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인권단체들간의 양심수의 개념과 범위에 관한 논의가 충분히 되지 않아 정부에 하나의 요구로 제기되지 못했다. 앞으로 인권단체들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양심수' 범위에 있어 폭넓은 합의를 이끌어 내야할 과제가 남아 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될 때마다 특별사면복권문제가 거론되지만 선심성 사면복권조치가 반복되어 이루어지고 있다. 시혜조치로서의 사면복권이 이루어질 것이 아니라 하루속히 양심수를 양산하는 반인권 악법들에 대한 개폐가 이루어져 양심에 따라 행동한 사람들이 억압받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오두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