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은정 (군산 노동자의 집)
최근 근골격계 직업병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집단요양 신청을 통해 요양을 하고 있는 시점에서 근로복지공단 군산지사의 편파적인 업무처리로 산재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내몬 사건이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대우조선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집단 요양신청을 시작으로 근골격계 직업병이 한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닌 IMF이후 강화된 노동강도에 따른 직업병으로써 전체 노동자의 문제임이 인식되었다. 이에 따라 근골격계 직업병의 근본원인인 노동강도 강화저지를 위해 전국적으로 투쟁중이다.
지엠(GM)대우자동차 조립부 소속 노동자 박정근 씨는 근골격계 직업병으로 2002년 2월부터 치료를 받고 난 뒤 올 3월초 장해등급 결정을 기다리다가 근로복지공단 군사지사로부터 어이없는 통보를 받았다.
박씨는 산재요양치료를 받던 중 8월에 공단의 치료종결 명령을 받고 특진을 요구하여 작년 10월 원광대학병원으로 검진을 갔다. 특진 과정에서 의사는 최초 2월 MRI 필름에서 주치의가 발견하지 못했던 골절을 발견하고 추가상병 신청을 하게 됐고 근로복지공단 군산지사 자문의사의 승인아래(자동차 사고 이전에 촬영한 MRI상 골절이 있었고 재해자의 업무내용이 골절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소견) 치료를 올 2월까지 받아왔다.
그러나 치료가 종결된 올 3월 장해등급 결정을 위해 열린 자문의사협의회는 갑작스레 2002년 6월에 난 교통사고를 이유로 '추가상병승인'을 취소하고 장해등급을 낮게 결정했다. 이에 박씨가 11월 '추가상병신청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제기 없이 인정해 놓고 지금에 와서 추가상병 승인에 대한 취소결정을 내린 이유가 무엇인지' 따져 묻자 공단에서는 "회사의 이의제기가 있어 어쩔 수 없었다"며 자문의사협의회 개최의 이유를 답했다.
이는 분명 공단의 산재승인 여부가 회사의 압력이나 이의제기가 있으면 어떤 법적 행정절차 없이도 쉽게 뒤바뀔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또한 특진의사와 근로복지공단 자문의사마저 인정한 추가상병승인에 대해 어떻게 자문의사협의회에서 일방적으로 추가상병승인 '취소'라는 결정을 할 수 있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원칙적으로 문제를 풀자면 회사나 노동자가 공단의 결정에 이의가 있을 때에는 분명 행정소송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법적인 싸움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회사의 문제제기를 받은 이후 공단 측에서 일방적으로 자문의사협의회를 열었고 특진의와 주치의의 소견도 제대로 듣지 않은 상태에서 장해등급결정 및 추가상병승인을 취소한 데 그 문제가 있다.
박씨는 이미 산재로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친 상태다. 노동자의 건강을 위해 일해야할 근로복지공단이 회사의 논리에 따라 한순간에 산재결정을 뒤엎고 박씨를 사기꾼으로까지 내몲으로써 더욱 큰 상처를 안겨줬다. 근로복지공단 군산지사는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있는 해명과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