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아지는 물길, 깊어가는 한숨
염정우 (부안 계화도 계화리 주민)
새만금 간척사업이 시작된 지 12년, 국민의 83%가 반대에도 무릅쓰고 강행된 지 다시 2년이 넘어가면서 사람들의 뇌리에서 새만금 사업은 잊혀져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8일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 김경일 교무, 이희운 목사 등 종교계 4개 종단 성직자들이 '새만금 간척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3보1배'를 시작했다. 세 번 걸음에 한 번씩 절하며 가는 3보1배는 부안 해창 장승뻘에서 시작해 서울 광화문까지 60여일 간 진행된다.
이즈음 새만금 방조제 안에 위치한 계화도에 사는 염정우 씨가 지역어민들의 실상을 담은 글을 보내왔다.
오랜 세월 바다와 갯벌을 의지하며 소박하게 살아온 지역 어민들은 지금, 절망과 탄식과 한숨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은 점점 좁아진 물길로 인하여 여느 때와 다른 고통스러운 한 겨울을 보냈습니다. 칼바람 맞는 갯벌의 생명도 그러했고 어민들의 마음도 그러했습니다. 어민들은 그동안 더욱 변화되어 가는 갯벌을 지켜보며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올 봄을 맞이했습니다. 올 봄은 앞으로의 생산활동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봄은 왔지만 어민들의 마음은 그리 밝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다음날이면 또다시 갯벌에 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 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어느 어머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죽어 가는 갯벌에서 사람들이 조개를 찿아 여기저기 헤매는 모습을 보고 무슨 느낌이었는지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을 흘리셨다고 하셨습니다. 어제 만났던 마을 주민 한 분은 이제 마을을 떠나야 할 때가 서서히 오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요즘 마을 사람들의 얼굴엔 깊은 무력감에 젖어 있습니다. 그 무력감은 마을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모습은 마을 공동체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왜? 아무 걱정 없이 살아온 터전에서 위협을 받아야 하는 것입니까?
어민들, 조개 찾아 삼만리
새로 들어선 노무현 정부는 반칙이 통하지 않는 사회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며 위선이었습니다. 새만금에는 개혁이 없습니다. 새만금에는 온갖 반칙과 비상식적인 일들이 변함없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개발론자들의 이권을 위한 더러운 욕망이 지역사회를 멍들게 했고 가난했지만 소박하고 정직하게 살아온 주민들에겐 엄청난 고통과 상처를 주었습니다.
어민들의 인권과 삶도 존중돼야
이제 정부는 거짓된 속임을 버리고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새만금 갯벌의 무수한 생명들을 참회하는 마음으로 새롭게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바다와 갯벌이 인간에게 주는 노동으로 성실하게 살아가는 어민들의 인권과 삶을 존중해야 합니다. 또한 무엇이 새만금에 대한 진정한 대안인지도 깊이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그냥 넘어가면, 미래세대와 역사 앞에 씻을 수 없는 엄청난 과오를 남기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