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 길라잡이, 인권운동사랑방 창립 10주년 맞아
인권이 아직 부유한, 남의 말 같기만 하던 80년대 후반 격동의 시대를 지나 92년 인권운동사랑방이 낡고 비좁던 방에서 첫 발걸음을 떼며 인권운동의 길라잡이 역할을 해 온 것이 지난 4일로 꼭 10년이 되었다.
한 활동가가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연행과 석방을 오갈 때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속보로 발행하던 것이 인권뉴스를 고민하던 활동가들에게 <인권하루소식>이라는 결론으로 작용돼 93년 9월 7일 첫 얼굴을 내밀어 지난 4일 인권하루소식은 2286호를 맞았다.
96년 11월에는 인권하루소식 창간 3주년을 기념해 사전검열의 거부와 표현의 자유를 표방하며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인권의식을 확산시킨 계기가 된 제1회 인권영화제가 열렸고 이어진 97년 제2회 인권영화제에서는 '레드헌트'상영 덕분에(?) 서준식 당시 대표가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은 인권적 삶의 방식을 위한 내부운영원칙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지루하지만 격렬한 토론이 있었고 대표와 사무국장 직제를 없애는 대신 2년 임기로 '조정'역할을 하되 대외적 대표성을 갖지 않는 선출직인 '집행조정장'을 두며 맡은 일에서 구성원 모두가 외부에 대해 대표성을 갖는 조직운영의 민주주의 실험이 있었다.
그외에도 불법검문과 보안관찰법, 준법서약제의 폐지 운동을 비롯해 98년 전국 교도소의 행형실태를 조사하며 '한국 감옥의 현실'을 발간하면서 감옥인권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고, 국가인권위원회의 2001년 11월 출범을 앞두고 올바른 국가인권위원회 설립을 위한 대책위 구성에도 앞섰다.
2001년 테러방지법 통과 위기에 전국인권사회단체와 함께 대응하고 국가보안법 개폐운동과 반인도적 국가범죄에 대한 시효배제운동 등 시민, 정치적 권리의 기본권 투쟁과 99년 지하철 파업 시 인권침해 조사, 2000년 롯데호텔과 사회보험노조 경찰력 투입 과정시 인권침해조사, 2001년 대우자동차 경찰력 투입에 의한 인권유린 실태조사 등 노동자들의 인권침해에 대한 활동 등 이들의 지난 10년을 말하는 것은 남한 인권운동의 세부 목록표를 말하는 것과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2000년 12월 15일에는 기존의 인권이론 및 인권운동의 이론을 민중적 관점에서 재정리함으로써 전세계적으로 보수적, 자유주의적 혹은 관념적 인권론과 효과적으로 대결하기 위한 진보적 인권이론을 세워나간다는 목적 아래 인권운동연구소를 설립한다.
"인권운동사랑방은 차별로부터 자유로운 인간, 평등하고 평화로운 인간, 불의한 권력에 맞서 투쟁하는 인간,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는 의무를 실천하는 인간의 권리를 존중하고 옹호하며, 인권의 보호와 보장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적·국가적·국제적 질서 창조를 꿈꾸고 실천하는 인권활동가들의 모임입니다."
이제 이들은 선언이 아닌 구체적 진보로 향할 10년을 맞이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