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섭/노동의미래를여는현장연대 대표

WTO(세계무역기구)가 강요하고 정부가 앞장서 추진하고 있는 농업과 서비스 부문의 개방이 눈앞에 닥쳐와 있다.
WTO는 3월 말까지 교육, 의료, 문화, 금융 등 서비스산업 관련 양허안(국가가 어느정도까지 개방할 것인지를 담은 개방계획서)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정부는 이에 화답하여 적극적인 개방을 추진할 태세다.
농업 역시 2004년 쌀개방 재협상을 앞두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국가간 서명을 2월에 함으로써 농민들의 분노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이견이 있음에도 이견이 없는 거처럼 보이는 것은 이른바 '시장개방 대세론'과 '시장개방 만능주의'에 근거한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시장개방'은 비상식적인, 비인간적인 자본의 전쟁만이 판을 치는 것은 알 수 있다.  

자본의 전쟁, 다수민중의 희생
상품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지는 것은 얼마든지 있다. 상품은 기본적으로 시장을 통해 판매되고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돈의 규모와 의지에 따라 구매의 차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것이 자본주의라는 일반적 관계이다.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마음껏 구매의 자유를 누리는 사람과 선택적으로 구매하는 사람, 구매 자체에 접근권 조차 보장되지 못한 사람들의 차별이 구조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자로 갈수록 소수이고 후자로 갈수록 다수이다. 온 세계가 신자유주의로 떠들썩하는 것은 이러한 기본적인 관계를 청산하고 개선할 의지는 뒷전이고 물질적 풍요의 소수집중과 다수민중의 상시적 빈곤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WTO라는 거대조직은 자본의 먹이사슬을 인간을 이용하여 더욱 용이하게 하는 제도장치이다. 다수의 풍요에는 관심이 없으며 자본의 풍요와 소수집중에만 관심이 있는 조직이다. 생산재를 중심으로 하는 상품시장이 더 이상 돈벌이의 수단이 될 수 없는 지경에서 인간적인 분배에는 관심이 없고  이제 인간의 기본권을 상품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2003년 WTO의 야심찬(?) 계획이다.

'합법'의 칼날
WTO의 노림수는  공공분야를 말 그대로 시장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공공분야는 민중의 삶에 있어 필수적인 기본적 권리에 해당하는 분야다. 한국과 같이 공공분야의 토대가 취약한 나라에서 공공부분의 개방은 자본의 이윤추구논리로 공공분야를 재편하는 것은 그 자체가 부의 분배의 문제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교육, 의료, 먹거리 조차도 돈의 소유에 따른 선택사양인가? 공공의 이름으로 지키려 했던 모든 영역이 WTO시장개방에 자유화하면 민중들의 삶과 권리의 후퇴, 공동체의 파괴, 각종 공공성의 해체는 불을 보듯 뻔하고 이득은 투기자본, 국내외 초국적 기업 등에게 돌아갈 뿐이다. 마치 전쟁이 합법적인 지위를 갖게 되는 것과 같은 모양새이다.
지난 2월6일 EU집행위 무역담당위원장 파스칼 라미는 3월 WTO사무국에 제출할 개방계획서에서 교육, 보건, 문화와 공공분야는 개방하지 않기로 하고 제외시켰다. 그 이유로 공공서비스분야를 관리하고 거기에 필요한 체계를 가질 국가의 권한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이 공식 발표를 통해 인정한 것처럼, 교육을 포함한 서비스시장의 개방은 우리나라 민중의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다만 자본에게만 큰 이득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민중의 삶을 시장에 맡기지 마라
하지만 한국정부는 서비스시장의 개방에 앞서 구조조정 할 분야는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하여 시장에 이양하고, 경쟁력 있는 분야 중심으로 구조를 재편하자는 협상전략을 세워놓은 상태다. 경쟁력이 없는 분야란 말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국가가 책임지려 하지 않는 분야, 외국의 자본이 탐을 내고 있는 분야는 어떻게 해서든지 시장에 내놓겠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시장 개방은 대세'를 강조하고 있다. 몇 개 안을 유예시키려 하고 있지만 개방의 속도조절로 인식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참여정부는 최저생계비 52만원으로도 파업하지 않고 이사회의 어떠한 분야에도 자유롭게 참여할 권리에 대해 답해야 한다. 그 답은 WTO시장개방에 대한 태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