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두 번째, '다음엔 누가 죽을까'
지난 19일 전주시 평화동에서 혼자 살아가던 46세의 박씨가 문이 잠긴 채, 사망한 지 5일만에 발견됐다.
전주근로자선교상담소 부설 희망의쉼터(대표 황은영) 김부식씨에 의해 발견된 박씨는 평소 알콜에 중독된 '알콜중독자(알콜릭, alcoholic)'였고 사망원인은 위와 식도의 점맥이 파열돼 기도가 막혀 '실혈쇼크사'로 알려졌다.
지난 2001년 약 3개월간 희망의쉼터에서 머물렀던 박씨는 혼자사는 알콜릭이 대부분 그렇듯 건축현장에서 일용잡부로 일해 번 돈으로 다시 술을 마시는 것이 일상인데다가 가족과도 연락을 하지 않아 어렵게 사망사실을 친척에게 전달했지만 21일 장례식에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극단적 위험에 그대로 노출
황은영 대표는 "혼자 사는 알콜중독릭들은 취해 있을 때 부랑인이나 정신이상자와 마찬가지로 취급해 부랑인 시설이나 병원으로 보내려고 하지만 6개월이 지나면 퇴원, 퇴소하게 되니 일시적일 뿐 아니라 치료행위도 비현실적이어서 차라리 감금에 가깝다"고 말한다. 일반적인 알콜릭에 비해 노숙생활, 시설 입·퇴소, 쪽방생활이 반복되면서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의 건강문제다. 지난달에도 50대의 혼자 살던 알콜릭 노숙자가 술을 마신 뒤 뇌출혈로 사망했다. 99년 노숙자를 위해 개소한 희망의쉼터와 인연을 맺은 노숙자 200여명 중 알콜릭은 극히 일부이지만 알콜 중독으로 인한 사망은 이번으로 9번째로 일단 알콜릭 노숙자는 다수가 죽음이라는 극한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게 황은영 대표의 말이다.
상대적 박탈감, 암울한 미래
건강 외에 이들이 처한 문제는 이들에게는 꿈도 희망도 없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사회복지는 1종 의료급여로 6개월 미만 동안 무료로 병원에 있을 수 있다는 것과 장례비 지원이 전부라고 할 정도로 그 특수성에 따라 보호받을 법률 자체도 없는 데다 차갑기만 한 사회 시선도 이들을 상대적 박탈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자포자기하게 이끄는 원인이다. 희망의쉼터는 혼자서 쪽방에 사는 알콜릭 노숙자가 보호받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센터를 민관 합동으로 구축해 이들을 지속적으로 돌볼 수 있는 체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24일 팔복동 후미진 건물 2층, 희망의쉼터 사무실 한켠에는 죽은 박씨의 유해상자가 한쪽에 웅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