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관리·관계기관 정기상납, 노동기본권 빈 수레
익산 삼광고하켐(주)(대표이사 김용래)이 그동안 노조파괴를 목적으로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일삼고 관계기관에 정기 상납을 하는 등 기관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17일 고하켐 노동조합과 민주노총 화학섬유연맹 전북본부, 민주노총 전북본부 대표단(대표단)은 전북도경 기자실에서 회견을 갖고 노조파괴목적의 문서인 '노무관리계획서(안)(1급 대외비 문서) 1·2차 문서와 위법행위에 대비한 정기상납으로 보이는 관계기관 금품 제공 기안서를 증거자료로 제출하고 전주지방검찰청 군산지청에 김용래 사장을 고발했다.
노조탄압 단골메뉴들
이 노무관리계획서는 지난해 8월에 작성된 것이지만 이같은 회사측의 노조파괴계획은 조합 결성 직후부터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서 앞에는 "중장기적으로는 회사 발전에 사사건건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노동조합을 무력화 내지 해산'하는데 그 목적이 있음"이라고 그 목적이 명기되어 있다.
계획서는 △ 조합원에 대한 특별관리 대상자를 추려내는 등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 강성조합원에 대해 합법적 징계조건을 갖고 제거한다 △ 노동쟁의에 대한 정면돌파로 기물파괴 및 폭력행위를 유도한다 △ 조합원이 집중된 부서를 아웃소싱하고 도급으로 대처한다는 등 그 내용 역시 조합원 제거와 노조 파괴 계획을 위한 것이다.
장종수 당시 노조 위원장 등 조합원에 대해서는 성향 분석과 향후 포섭 전략 등을 일일이 분석하고 노무관리팀 등 직원을 동원해 ·노조위원장 교체 ·비노조원 전원에 대한 개별지도와 이들의 노조가입을 통한 노조 장악 등 노동법에 위배되는 지배개입을 계획했다.
김용래 사장은 2001년 고하켐 주식회사를 회사의 자본을 대어 삼광물산, 이에스케미칼, 에스지켐 등 물류와 생산1,2팀으로, 고하켐(주)는 영업과 연구개발 분야로 나누어 당시 상무와 부장 등 3명에게 위장 분사·매각해 노동조합이 부당해고 등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없게 했다.
또 고하켐(주)은 2001년 노조설립시기 이후 익산 시내의 조직폭력배를 포함한 용역깡패 26명을 2개월간 경비 명목으로 고용하기도 했다. 임재천 노조위원장은 "80여명 직원 중 생산직원 일부를 관리직으로 옮기고 나머지 생산직 50여명의 노조가입대상 노동자는 일용직으로 전환해 노조와 얘기만 해도 다음날 출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측의 불법행위 눈감았나
계획서(안)에 따르면 "회사와 직접적 관계가 있는 노동부, 시청, 경찰서, 환경부 등을 정기적 활동을 통해 협조체제로 확립"계획이 있고 실제 노조가 제출한 관련기관 금품제공 기안서에는 지난해 9월 19일 환경부 지도과, 익산시청 환경지도계, 익산소방서 방호과, 환경관리공단 관리과, 노동부 근로감독과 산업안전과, 노동위원회 사무국 등 총 2백만원에 이르는 금액이 빠져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노무관리자를 통해 알아본 결과 "일부 기관은 매월 정기적으로 지출되었고 이것은 회사회계장부에 기입되어 있다"고 임위원장은 전했다.
그밖에도 "재고 및 원료를 부풀려 신고해 부당한 부가세 환급 등 탈세, 수소탱크 보유공지 미확보, 연구소의 인화성 원료사용에 대한 무허가 사용, 불법 건축물에 대한 허위사실 보고로 허가 취득" 등 사측의 위법행위를 제기했다.
군산지검에 고발, 처벌 촉구
대표단은 고하켐의 부당노동행위와 불법행위에 대해 검찰청, 노동부, 세무서 등에 김용래 사장을 고발해 불법행위에 대해 처벌받도록 하고 노동자의 노조결성과 노조활동의 정당한 권리도 되찾을 계획이다.
대표단은 노동부에 대해 "그동안 고하켐 노동자들이 고통을 받아온 것은 노동부의 잘목이 큰 만큼 노동부가 사업주의 부당노동행위를 근절할 수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삼광고하켐(주)은 타이어 원자재와 세제원료인 계면활성제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으로 지난 97년 경남 진해에서 익산 2공단으로 이전해 99년부터 연평균 270억원에서 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국 사회 경영주 유행병-노조혐오증
두산중공업도 열성 조합원 블랙리스트와 비조합원 관리대상자를 선정해 치밀하게 관리하고 이들을 회사, 온건, 중도, 친조합, 강경등의 세력으로 나누어 인센티브를 주거나 노무팀을 별도로 꾸리고 현장관리자의 위상을 강화하는 등 차등 관리했다. 지난해 5월 '신 노사문화 정립 방안'을 마련해 조합원에 대한 통제계획을 갖고 노무관리자가 가정방문해 가족으로 하여금순화교육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 달 손배가압류에 항거하며 분신사망한 배달호 열사의 두산중공업과 고하켐(주) 뿐만 아니라 어디에나 이번 같은 노조탄압계획은 비일비재하다는 게 노동계 지적이다. 그러나 이번 처럼 문서자료로 폭로된 것에 대해 노동계는 한국사회 사용주가 노동조합을 보는 관점과 대응 태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고하켐 노조는 지난 2001년 3월 여직원에 대한 상무의 성추행 사건에서 비롯해 노동조건 개선 등 전반적인 인권유린에 맞서 노동조합이 결성됐다.(관련기사 본지 243호, 256호, 26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