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인봉 / 전주효정중학교 교사
대중영합주의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지지 기반은 여러 집단이 느슨하게 결합된 형태로서 이념적, 계급적 성격이 분명하지 않아 언제든지 뿔뿔이 흩어지거나 돌아설 가능성이 많다.
이러한 지지 기반의 복합적 성격 때문에 새로 들어설 노무현 정권도 김대중 정권이 추진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되 그 파괴성에 대한 불만을 대중 영합적이면서도 계급간 대립을 희석시키는 제스츄어로 무마할 것이다.
공교육 강화 없는 자율과 다양
교육정책의 기조는 교육시장화와 개방화라는 김대중 정권의 골격과 흐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교육주체들의 불만과 저항이 거센 부분만 손질할 것이다.
즉, 수월성과 경쟁력 확보를 밀어 부치면서 부분적 혹은 일시적으로 기회 균등이라는 보완책을 내미는 것이다.
교육 공약의 기조는 '자율과 다양'이며 주요 슬로건은 '자율과 다양성을 통한 희망의 교육', '머물고 싶은 학교', '신뢰와 존경받는 교원', '학벌 사회를 실력사회로', '획일적인 교육을 다양성 교육으로', '타율적인 학교를 자율적인 학교로'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가장 중요한 '공교육 강화'가 밑바닥에 깔려 있지 않다.
뜨거운 감자
구체적인 공약으로 교원정책, 입시고통 해소, 사교육비 부담 경감, 교육여건 개선, 교육불평등 완화 등이 있다.
입시와 교육 불평등에 대한 해결 방안을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복지' 문제로 승격(?)시켰으나 시장화와 개방화라는 골격과 흐름을 바꾸기 보다 우는 아이 사탕 주는 식으로 무마하려 할 것이다.
공교육 강화의 핵심은 고교입시제도다. 현행 고교 평준화를 유지하면서 문제점을 학교 형태의 다양화와 학생 선택권 확대로 보완하겠다는 것이 노 당선자의 기본 입장이다. 그러나 보완론은 결국 해체론이나 마찬가지 효과를 낳게 된다.
그리고 후보 초기에는 확대를 표명했으나 후기에 얼버무렸던 자립형 사립고를 확대하거나 백지화한다고 명확히 밝히지 않고 '뜨거운 감자'라고 언급하여 평준화 확대를 통한 공교육 강화를 주장하는 교육주체들의 불안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교육개방은 대세
교원정책에서 전국 평균 84%까지 낮아진 법정 교원 확보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고 비정규직인 계약직 교원의 신분 보장만 언급하였다.
교장 임용을 외부 초빙, 보직제 등으로 다양화하겠다고 밝혀 학교 민주화의 핵심인 교장선출 보직제를 추진할 의사를 보이지 않았고 교육부와 교육청의 관료시스템을 바꾸는 방안과 의지 역시 표명하지 않았다.
모든 교육문제 해결의 밑바탕이 되는 GDP 6% 교육재정 확보를 밝혔으나 그 구체적 실현 방안은 물론 교육재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7차 교육과정은 수정 고시라고 확실히 표현하지 않고 전면 개편이라는 말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교묘히 피해갔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것은 교육을 외국자본의 먹잇감으로 던져주는 교육개방을 대세라고 못박은 것이다.
샅바잡기
개인 정보 유출로 인한 교사·학생·학부모의 인권 침해, 교사의 노동강도 강화, 교육의 획일화를 가져올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가 전교조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야금야금 밀고 들어와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올 3월에 운명이 결정될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은 전교조와 노정권의 샅바잡기다. 만약 전교조가 어정쩡한 입장 표명에 그치거나 의제화 조차 삼지 못할 정도로 밀린다면 노정권은 대문을 활짝 열고 시장을 과감히 넓혀 나갈 것이다.
힘의 우위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교육평준화는 상처투성이고 교육주권을 유린할 교육개방이 착착 추진되고 있다.
노정권은 민중을 위한 공교육을 강화하기 보다 시장화와 개방화를 차근차근 추진하면서 끊임없이 국민 여론과 교육주체들과의 힘의 우위를 통해서 그 수위와 속도를 조절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