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병현 / 민중의료연합 회원
한해가 마무리되어도 계속되는 신자유주의
김대중정권의 신자유주의 보건정책엔 거침이 없다. 여전히 국민들에게 상업적 보건의료체계를 강요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번 인권주평에서 의약품의 슈퍼판매는 의약품의 공공성확대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져버리고 오히려 의약품의 공공성을 더욱더 짓밟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반대한 적이 있지만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일부의약품의 슈퍼판매를 기정사실화했다. 이는 오직 제약자본의 이윤창출에만 부합할 것이며 일부 의료의 공공성과 담을 쌓은 의료집단의 자가당착을 수용한 결과이다.
보건복지부는 빠르면 새해 1월부터 진료시 본인부담금을 현행 3000원에서 5000원 내외로 올릴 것이라고 내부 방침을 세우고 여론몰이를 해나가고 있다.
어떻게든 병원이용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물론 내세우는 이유는 이를 통해 암이나 심장병등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병원비를 지원하겠다는 것인데 정부가 그 동안 못해온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지금까지 털어 온 것도 모자라 완전히 거덜내 이것으로 나누겠다고 공갈과 사기를 치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차라리 의료보험을 없애버리자.
돈없는 대다수 서민, 아플 수조차 없어
올 한해도 김대중정권의 보건정책은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 농민, 도시서민의 삶을 피폐하게 하고 기만하는 방향으로 이루어 졌다.
의료보험을 365일로 제한함으로써 수많은 만성 질환자들, 특히 그 칼날은 생활이 아주 궁핍한 의료보호환자들을 향하면서 아파도 병원에 갈 수가 없게 하였다. 신자유주의 보건정책은 이들을 사회적 낭비로 취급하면서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있다.
많은 약들이 의사들의 과잉처방을 이유로 보험에서 제외됐다.
소화제, 위장약, 비타민들이 일순위로 쫓겨났다. 고가의 약들과 신약들은 아예 의료보험은 엄두조차 못 내게 됐다. 백혈병 치료약 글리벡은 진보적인 시민-보건의료단체들이 나서 보험적용확대와 약값인하를 외치면서 2년 넘게 싸우고 있지만 정부는 뒷짐만 쥐고 있고 환자들은 그 사이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다.
보건소, 보건지소가 폐쇄되고 단지 이윤을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많은 시·도립병원이 민영화됐고 민간위탁이라는 명분으로 사유화되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되었다.
같은 이유는 아니지만 의료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비정규직 보건의료 노동자의 생활파탄을 막기 위한 병원노조의 투쟁은 병원자본에 대한 공권력의 비호로 인해 해를 넘기고 있다.
왜 공공의료-무상의료를 주장해야 하나
올해에도 참으로 많은 일들이 보건의료영역에서 벌어졌고 그 일부만 투쟁의 광장에서 드러났다. 대부분은 의료보험 재정안정 미명과 시민운동의 암묵적인 동의 아래 감춰졌으며 보건의료는 최악의 상태로 변질되어 버렸다. 보건의료의 공공성강화를 위한 투쟁은 여전히 너무나 미약하다.
그 결과 보건의료의 공적인 성격은 날로 악화되고 의료비 부담은 늘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보건의료 정책은 병원비 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갈수록 절망하게 하고 있다. 생활에서 의료비는 이미 20%를 육박하고 있다. 그리하여 삶과 죽음은 이제 가난한가 아니면 부유한가로 결정되고 있다.
보건의료는 삶과 건강의 문제다.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특정한 공동체에서 그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최소한의 보편적인 요구인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삶은 어떤가. 자본주의에서 산다는 것은 노동자, 농민, 도시서민들에게 곧 '건강한 몸'의 문제다. 가진 것이라고는 그것뿐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이 마저도 용납하지 않는다. 건강한 삶의 문제가 사고 파는 관계로 되고 이윤을 남겨야 하는 관계로 되어 있다.
누가 이런 관계를 원하고 있는가. 자본과 그들의 정권이 원하고 있다. 그것에 기생하여 이윤으로 먹고사는 의료인들이 원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보건의료 정책을 만들고 선전하고 세뇌시키고 있다.
우리는 노동자, 농민, 도시서민이 만들어 가는 공동체의 기본적 권리로서 공공의료-무상의료를 원한다. 건강을 상품으로 만들어 가난한자와 부자로 나누고 죽음과 삶으로 나누는 관계가 아니라, 이윤을 위해 혈투를 벌이는 천둥벌거숭이 같은 정책이 아니라 누구나 즐겁게 건강한 몸을 향유하고 유지하도록 인간의 보편적인 정신, 상호존중을 바라는 것이다. 개인의 건강한 몸은 사회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보편적 가치를 위해 싸우자
2003년 생활에서 공공의료-무상의료를 우리가 숨쉬고 사는 것처럼 당연한 문제로, 지극히 자연스러운 문제로 받아들이자.
그렇기 때문에 또한 싸우자. 이것은 보편적인 가치-이데올로기의 문제다.
2003년 새해를 맞아 평화와 인권, 우리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