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저녁 6시 전주 객사 앞에서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가 잔잔히 흘러나왔다.
노래를 부른 사람들 손에는 자그마한 촛불이 들려 있었다.
한국에 주둔한 미군의 지위에 대한 협정(한미주둔군지위협정, SOFA)개정과 패권적 미국을 규탄을 위한 촛불시위가 전북에서도 시작된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모인 사람들 중에는 사회단체의 인사를 비롯해 객사 앞으로 데이트를 나왔다가 참여한 젊은 연인, 효순이·미선이와 같은 또래인 어린 학생들까지 모여 의식을 진행했다.
"미국에 대한 좋은 감정요? 이젠 없어요!"
전주 근영여자고등학교에 다니는 최 다운(18)양은 "메일을 보고 친구들과 함께 촛불시위에 참가했다"며 "나는 단순히 두 여중생의 죽음에 대해 추모하기 위해 참석한 것이 아니에요. 누구든 그러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생각하고 그 속에서 걔네들이 희생됐을 뿐이라고 생각해요"라며 참가 소감을 밝혔다.
또 "우리가 이렇게 부당하게 당해야 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정말 주권 국가의 한국인으로서 울분을 느낀다"며 "인터넷에서 본 부시의 사과 발언은 더 화가 나요. 입장 바꿔 생각해 보세요. 우리나라 군인이 자기나라 국민 죽이고 우리나라 대통령이 그렇게 사과했다면 부시가 가만있었을까요? 이건 우리나라를 완전히 무시하는 거에요"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더욱 커져 가는 평화의 목소리
촛불시위는 다음날인 6일에 이어 7일에도 열렸는데 7일 토요일에는 객사에서 1천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원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이번 집회는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로 계획된 것으로, 이번에는 아예 참가자들이 스스로 만든 선전물을 들고 나오는 열의를 보였다.
촛불시위 중 참가자들은 △ 재판은 끝났지만 심판은 계속된다! △ 여중생 살인 책임지고 부시는 공개사과하라! △ 우리가 식민지냐! 한미소파 전면 개정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이 소리를 들고 주변을 지나는 대다수 사람들도 동참했다.
촛불시위 참가자들은 또, 코아백화점 앞 광장까지 행진하며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에게 동참을 호소한 뒤 정리집회를 갖고 살인미군이 처벌되고 SOFA가 전면 개정되는 날까지 촛불시위를 계속할 것을 결의했다.
누구도 예상치못한 분노의 물결
이날 집회를 준비한 전북대책위 관계자들은 "오늘 촛불시위에 어린 학생들을 비롯한 도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에 대해 준비한 우리도 놀랍다"며 "이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답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14일 '범도민 행동의 날'에서 총집결한다
전북대책위 뿐 아니라 지역의 단체들은 시민·사회 50여단체 14일 '범도민 행동의 날' 준비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이들은 △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 객사에서 시민이 참여하는 촛불시위 개최 △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군산미군기지 앞 규탄집회 진행 △ 전교조전북지부가 매주 목요일 SOFA개정의 필요성을 중심으로 '공동수업' 진행 △ 매일 SOFA개정과 부시대통령의 공식사과를 요구하는 가두선전전 등을 계획해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예정이어서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한 도민의 규탄 목소리가 더욱 거세어질 전망이다.
[평화와인권] 32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