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법 제3조는 “경찰은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와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 치안정보의 수집, 교통의 단속 기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그 임무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 제4조는 “경찰은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고,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정중립을 지켜야 하며, 부여된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 제3조는 경찰의 임무를, 제4조는 경찰권한남용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법 제3조는 경찰권행사의 가능성을, 제4조는 경찰권행사의 한계를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경찰권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위하여 행사될 수 있다. 이를 가리켜 경찰소극목적의 원칙이라 한다. 경찰권은 공동체의 존립에 없어서는 안되는 법적 힘이다. 경찰권 없이 존립이 가능한 공동체는 관념적으로는 몰라도 현실적으로는 존재할 수 없다. 공동체에 필요하고도 중요한 경찰권은 항상 국민의 생명·신체·재산·명예와 직접 접촉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남용의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데 문제점이 있다. 이에 따라 공권력 전체에 적용되는 과잉금지의 원칙은 경찰권의 행사에는 특히 엄격하게 적용된다. 경찰권의 남용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해는 원상대로 회복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경찰권이 그 한계를 넘어서서 행사되는 경우, 거기에는 '경찰권'이라는 이름을 붙이기가 어렵게 된다. 도리어 '경찰폭력'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 실체를 더 정확하게 표현하는 셈이 될 것이다. 경찰폭력은 법이 허용하지 않는 폭력이고, 도리어 가중하여 처벌받아야 할 폭력이다. 형법 제125조가 경찰관 등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공무원이 형사피의자 기타의 사람에 대하여 가하는 폭력이나 가혹행위에 대하여 높은 형량(5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정당하고 합법적인 경찰권의 행사만 존재하고, 경찰권의 남용이 없는, 즉 경찰폭력이 없는 공동체는 분명 안전하고 건강한 공동체이다. 그렇지 못한 공동체는 경찰과 국민 사이에 끝없는 대립과 갈등이 존재하고, 이 때문에 공권력 전체에 대한 불신과 권위 부재가 팽배해지게 된다.
불행하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경찰권의 남용, 경찰폭력에 대한 시비가 그치지 않았다. 근년에 들어 대표적인 것이 2001. 4. 9.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에서 발생한 경찰폭력사건이었다. 당시 법원은 대우자동차 노동조합이 낸 "노동조합 업무 및 출입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었고, 담당 변호사는 법원의 결정문을 경찰관들에게 읽어 주면서 노동자들과 함께 노동조합 사무실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한 그들을 향해 경찰은 무차별로 폭력을 행사해 버렸다. 그 후로도 유사한 사례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최근에도 미군장갑차 여중생 살해사건에 대한 미군측 배심원의 무죄평결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향하여 경찰이 폭력을 휘두르는 사례가 발생하였다. 도대체 미국 국민을 보호하는 경찰인지, 아니면 한국 국민을 보호하는 경찰인지 알 수 없는 작태를 경찰이 보여준 것이다.
가장 최근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노동자들을 향해 경찰의 폭력이 가해졌다. 이 고장을 방문한 노동부장관의 면담을 요청하는 민주노총 노동자들을 상대로 경찰이 불필요한 폭력을 행사했고, 그로 말미암아 한 여성 노동자가 부상을 당하고 심한 수치심을 일으키게 하는 행위를 경찰로부터 당했다. 경찰은 변명할지도 모른다. 집시법상 집회신고를 해야 하는데,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집회를 했기 때문이라고. 그러나 집회신고를 하지 않은 집회라고 해서 헌법의 보호범위 밖에 있는 집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집회건, 신고집회건 미신고집회건 가리지 않고, 모두 헌법이 보호하는 집회이다. 다만, 집회와 공공의 안녕질서가 충돌할 위험성에 미리 대비하기 위하여 집시법은 집회주최자들에게 미리 신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간적 급박성 때문에 사전신고를 할 여유가 없는 경우의 집회를 가리켜 '긴급집회'라고 말하는데, 이러한 집회에는 사전신고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 태도이다.
경찰권행사의 남용, 즉 경찰폭력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이는 경찰관의 인권보호의식과 규범의식이 약하기 때문이다.
경찰권의 존재목적은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다. 인권은 한 번 침해당하면 회복되기 어려운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인권 앞에서 경찰관들은 항상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서 경찰관들은 항상 자신들이 집행하는 법규범의 근본취지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경찰폭력이 자주 발생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폭력을 행사한 경찰관들에 대한 법적 제재가 매우 약하다는 데 있다. 국민들에게는 사소한 공무집행방해에 대해서도 엄벌위주로 나가면서, 반대로 국민의 신성한 권리행사를 방해하고 적극적으로 손해를 가한 경찰관들에게는 관대한 태도를 보이는 풍토가 계속되는 한, 경찰폭력도 사라지지 않고 경찰권에 대한 불신과 저항의식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