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한마디 없는 것은 결격사유"라며 응시자격 박탈
대민봉사 업무를 수행하는 경찰공무원에게 손가락 한마디가 없는 것은 업무에 차질을 빚게 된다며 경찰공무원직 채용시험에서 부당하게 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박탈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주에 살고 있는 민씨는 지난 10월 경기도지방경찰청에서 경찰공무원직 채용시험에 응하기 위해 해당지역 경찰청에서 신체검사를 치렀다.
그러나 채용시험을 주관하는 경기도지방경찰청 소속 판정관 3인은 민씨에 대해 "네째 손가락 한 마디가 없는 것은 대민봉사에 큰 지장을 준다"며 결격사유로 인정했다.
뿐만 아니라 해당 판정관은 "이전 시험에서는 본인이 손을 오므려 숨기는 방법으로 판정관이 못보고 넘어갔을 수도 있다"고 말해 이번 결격사유 인정이 적법한 근거에 따른 것이 아니라 판정관 개인의 주관에 의존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손가락 한마디도 이럴진대
심지어 경기도지방경찰청의 인사계에서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대민봉사 업무라고 좋게 표현했지만 손가락 절단 사유가 자살기도와 같은 것이라면 정신적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했을 뿐 아니라 신체검사 당시 민씨에게 "이런 손으로 어떻게 군대를 다녀왔으며 이런 시험을 볼 생각을 했느냐"며 민씨에게 불쾌한 말을 늘어놓았다.
신체검사의 마지막 판정에서는 민씨에 대해 응시자격여부를 놓고 30분간 논란이 되었다. 경기도지방경찰청 인사계 이승기 경사에 따르면 "절단 부위가 어느 정도이며 어느 부위인가에 따라 가부를 결정하는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각 지방경찰청에서 판정관이 소집되는 때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며 이런 근거는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채용심사 신체검사 자격기준은 경찰공무원의 신규임용에 대한 자격기준은 '사지가 완전한 자'로 명시되어 있다.
민씨와 같이 손가락 한 마디가 없다면 '사지가 완전하지 못한 자'가 되는 것이고 경찰공무원법에서 전제하는 "경찰공무원 직무의 중요성과 신분의 특수성"에 따라, 장애 판정을 받지 않았지만 시험에 응시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것이다.
경찰청(청장 이팔호) 교육과는 "법령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고 단지 경찰청 내부 규정으로만 되어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내부 규정에 씌여진 사지 완전성 여부는 "팔다리와 손발의 완전성"으로, "열 손가락 중 하나라도 절단 부위가 있으면 불합격"이라고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같은 내부 규정은 법적 강제성은 없다.
한편 민씨는 지난 7월 전라북도지방경찰청에서도 같은 시험에 응시한 적이 있다. 물론 채용시험을 위한 신체검사에서 손가락을 이유로 응시자격을 제한하지는 않았다.
업무와 무관한 평등권 침해
민씨는 "온전치 못하다면 곧 신체장애가 있는 경우, 총기 사용 등 업무상 반드시 필요한 검지손가락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경찰공무원직 채용심사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은 형평성의 문제이고 명백한 평등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북대학교 부속병원 정형외과 전문의도 경찰직이라서 특별히 네 번째 손가락이 문제가 될 소지는 전혀 없다고 소견을 내렸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 "경찰의 편의주의와 관례에 억울하게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신체조건 차별 근절방안 절실
이번 사건에 대해 전북평화와인권연대는 "'사지가 완전한 자'라는 말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응시의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어 엄연히 평등권을 침해할 수밖에 없으며 설사 내규로 따로 마련되어 있다 하더라도 업무추진에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손가락 한 마디가 없다는 이유로 '장애자', '불완전자' 취급을 받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며 지난 26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전북평화와인권연대는 "경기도지방경찰청은 이번 사건에 대해 정확한 조사를 받아야 마땅하며 향후 이번 민씨와 같이 억울하게 권리를 침해하는 일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 장치 마련과 권리침해 예방을 위한
교육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 주간신문 [평화와인권] 31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