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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 강정

딸기(강정평화학교)

저는 전주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대학을 다닐 적에 평화와인권연대 활동에 함께 해 오며 사회운동을 경험했습니다. 전주를 떠난 삶을 꿈꾸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제주 강정에 살고 있습니다. 삶의 터전이 전주에서 군산으로 그리고 강정으로 옮겨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평화’라는 주제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오키나와에 처음 방문한 경험은 변화의 시작이었습니다. 미군이 상륙해 전투를 벌였던 오키나와전쟁을 겪은 후 오키나와인들의 선택은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장한 평화가 아닌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지키는 평화를 선택한 것이지요. 한국과 오키나와는 일제 식민의 역사 그리고 전쟁이라는 비슷한 역사 속에서도 서로 다른 선택을 한 것입니다. 전쟁을 반대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만 갖고 있던 저에게 구체적인 삶의 주제로 ‘평화’가 다가 왔습니다. 그렇게 미군기지가 있는 군산으로 그리고 강정으로 삶의 터전이 바뀌었습니다.

2007년 4월 26일 전 마을이장과 87명의 주민들이 개발에 대한 환상과 국방부의 매수에 해군기지 유치신청을 하게 됩니다. 대다수의 주민들이 뉴스를 보고서야 해군기지 유치를 알게 될 정도로 비민주적으로 주민들의 동의 없이 진행됐습니다. 같은 해 5월 18일 해군기지반대대책위를 만들고 해군기지에 저항하는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화순과 위미 두 지역에서 이미 주민 반대로 사업추진이 무산된 상황이여서 국가는 강정을 상대로 작전을 펼치듯 마을공동체를 파괴 했습니다. 길고 외로운 투쟁은 섬이라는 공간을 넘지 못하고 그렇게 2011년이 되어서야 사람들에게 조금씩 알려 지게 됐습니다.

강정에서의 처절한 외침은 육지를 넘어 전국으로 전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비행기로 배로, 후원으로, 동네에서 강정을 알리는 방식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강정과의 연대가 시작됐습니다. 안절부절하는 마음까지도 연대라고 문정현신부님은 말합니다. 많은 응원과 격려 몸과 마음을 함께하는 연대의 힘은 해군기지를 막아낼 수도 있을 거란 희망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공권력 또한 전국에서 몰려왔습니다. 일주일 단위로 전국의 기동대들이 강정에 와 진압작전을 펼쳤습니다. 699명이 연행되고, 노역을 포함해 60명이 구속되고, 벌금 3억원, 국가의 구상권 청구로 인한 금액이 34억 5천만원에 이릅니다. 2011년 공사저지 투쟁때부터 시작된 국가폭력의 억압은 2016년 2월 26일 해군기지 준공식때까지 이어졌습니다. 강정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국가폭력의 잔인함을 날것 그대로 만나게 됐습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 속절없이 흐르고 눈물과 절규의 자리에 지금은 신도시처럼 이질적인 해군기지가 번뜩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다 끝났다고 했고, 이제 그만 하라고 합니다. 다 지어졌는데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죠. 하지만 매일 오전 7시면 해군기지 정문앞에서 생명평화 100배를 올리고 11시면 길거리 미사천막에서 문정현신부님께서 미사를 올립니다. 그리고 12시에는 군사주의에 맞서 평화를 춤추는 인간띠 잇기가 진행됩니다. 10명이 모일 때도 있고 100명이 모일 때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매일을 이어간다는 것입니다. 2011년 이후 이곳에 정착하기 시작한 지킴이들은 마을 삼촌들의 밭농사를 돕기도 하고 마을에 만들어진 각종 단체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갑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매일 매일의 저항은 점심을 먹는 것과 같은 일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올해 6회를 맞이한 제주생명평화대행진에는 매년 여름이면 뜨거운 태양을 뚫고 전국에서 그리고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함께 걸으며 평화를 외칩니다. 유기농 운동을 하는 사람, 동네에서 민주주의를 공부하는 사람, 그림을 그리는 사람, 책을 쓰는 사람, 사진을 찍는 사람, 회사에 다니며 온갖 후원을 하는 사람...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의 변화에 함께 해 온 이웃들입니다. 유치원, 초등학생인 꼬마들은 이제 중학생이 되어갑니다. 그들은 쌍용자동차 해고자들과 함께 걷고, 성산 제2공항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세월호의 가족들을 만납니다. 한줄 뉴스로 소개되는 모습이 아닌 구체적인 사람으로 만나는 이 연대는 어떤 사안이나 사회적 문제가 아닌 사람과 사람으로 서로를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마치 거대한 학교처럼 서로에게 용기를 주고 사람들은 끝없이 연결됩니다.

저는 강정에서 평화를 배웁니다. 조금씩 천천히 이룰 수밖에 없는 변화를 인내하고 즐겁게 기다려 보려 합니다. 결국 해군기지는 지어졌지만 삶이 지속되는 한 해군기지에 반대했던 마음 역시 지속될 것입니다. 세상의 많고 많은 전쟁이 결코 평화를 가져오지 않는 다는 걸 매 순간 배우는 우리들은 길고 긴 평화의 길에서 언젠가 만날 수 있겠지요. 꼭 강정에 오지 않더라도 살아가고 있는 그 공간에서 같은 마음으로 조우할 수 있길 바랍니다. 겨울철에 강정평화상단협동조합에서 파는 강정감귤도 많이 사주세요. 


<강정과 함께 하는 마음 여러 가지로 표현하기>

1. 후원하기

-강정해군기지반대대책위 농협(조경철) 351-0690-6065-53


2. 겨울철에 귤 사기

-강정평화상단협동조합 savejeju.net


3. 강정에서 매달 발행되는 신문 정기구독하기

-강정이야기 구독문의


4. 강정을 방문하기

-강정평화기행단


5. 공동식당인 삼거리 식당에 식재료 보내기

-제주도 서귀포시 말지로213번길 15-1 김종환 앞


6. 강정에 대한 각종 정보와 소식은 이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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