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토건업자만 배불리는 새만금 신공항 사업, 미래세대에 “동방의 아름다운 나라는 사라졌다”는 원망을 들을 것인가.


“우리나라는 동방의 이탈리아다.”

흥선대원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암울한 근대사를 기록한 박은식 선생의 책 <한국통사> 1편에 쓰인 말이다. 그만큼 한반도의 생태계가 아름답다고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박은식 선생의 표현은 한편으로는 송하진 전북지사가 도정 목표로 표방한 ‘아름다운 산하 웅비하는 생명 삶터, 천년 전북’과 일맥 상통한다. 서해의 갯벌과 낙조 등 시시각각, 그리고 형형색색 변하는 아름다운 강산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은식 선생이 지금 새만금의 상황을 보면 ‘동방의 이탈리아’라며 그 당시와 같이 극찬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기도 하다. 이미 박은식 선생이 바라보던 한반도의 서해와 지금의 서해는 너무나 달라져있다. 이 때문에 필자는 새만금신공항 건설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박은식 선생이 바라본 한반도 그중에서도 서해의 아름다움을 환기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정말 오래전에 남긴 박은식 선생의 말을 통해서라도 ‘서해찬가’, 갯벌의 소중함을 환기해야 하는 요즘이다.

'공항 말고 갯벌! 새만금 마지막 생명 수라갯벌 보전하라!' 제26회 세계환경의날 맞이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 공동행동 기자회견 사진
'공항 말고 갯벌! 새만금 마지막 생명 수라갯벌 보전하라!' 제26회 세계환경의날 맞이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 공동행동 기자회견 사진

최근 한국사회를 흔들고 있는 신공항 건설 논쟁에 앞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미 결론은 정해져 있다. ‘자연은 조상에게 물려받은 것이 아닌 후손들에게 빌려 쓰는 것’ 이라는 유명한 명제 때문이다. 그렇기에 기성세대의 돈의 논리가 아닌 미래세대가 원하는 생태보전의 논리가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이 되는 것이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북 홀대, 공항 오지’ 등의 표현처럼 그동안 받아왔던 경제 개발에서 소외되었다는 수많은 설움이 지역의 일부 기성세대가 새만금 신공항에 목매도록 만든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앞서 우리사회는 개발을 향한 맹목적인 질주가 어떻게 갈팡질팡했는지를 확인한 바 있다. 바로 새만금 내부개발의 모습의 변화다. 풍요의 땅 새만금의 첫 내부개발 모습은 농지의 조성이었다. 하지만 농지는 전북 발전을 저해하기에 어느 순간 내부개발의 모습은 산업단지로 바뀌었다. 풍요로운 전북의 모습은 농지가 아닌 산단으로 그러다 온갖 개발의 모습이 공약으로 의견으로 제시되었다. 새만금 사업이 지금까지 한국사회의 숱한 개발 사업 중 가장 장기간에 걸쳐 큰 예산이 투여되었음에도 아픔과 상처, 애환만 가득 뿌리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장밋빛 환상으로 새만금의 풍요, 전북발전을 얘기하는 이들이 이제는 새만금 신공항이 전북발전을 견인할 동력이라 하고 있다.

지금 새만금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개발을 향해 폭주하는 또 하나의 모습이라 보이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이미 폭주의 모습을 경험해 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도민들이 아닌 일부만이 이익을 취했다. 대표적인 모습은 무분별한 토건사업자의 행태다. 돈만 벌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관급공사 획득에 혈안이 되어 수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일각에서는 사업비용의 일정 비율이 사업이 아닌 로비 자금으로 쓰인다고 할 만큼 알려지지 않는 부작용도 심각했다.

전북 군산 개야도에서 1.7km가량 떨어진 무인도 일명 "노루섬"의 모습. 새만금 신공항 부지인 "수라갯벌"과 불과 10여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최근 이곳에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가 번식하고 있음이 알려졌다. 향후 공항 건설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시 중요 법정보호종의 번식지에 대한 주변지역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사진 및 설명 출처 :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장)

또 이해관계자들의 입맛에 맞춰 이뤄지고 있는 행태도 문제다. 일례로 새만금신공항 이용객이 연간 67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용역 결과가 나왔다. 용역결과를 보면 외부 인구유입만 30만 명에 달해 180만 명의 전북인구가 다시 200만 명의 인구증가로 돌아서는 등의 구미가 당기는 내용만 수두룩하다. 그보다 앞서 전라북도가 2015년에 한국항공대에 의뢰한 ‘전북권 항공수요조사’ 용역 결과에선 지역 항공여객 수요가 2030년이면 400만 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양질의 일자리까지 생긴다는 용역 결과대로라면 새만금신공항이 들어서면 전북은 아마도 획기적인 발전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될 가능성은 적어보일뿐더러, 사실상 용역 발주자의 입맛에 맞는 결과 도출이 되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과연 이 결과는 누구를 위한 것일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전북도민의 입장에서 보면 새만금 신공항으로 이득 보는 소수 세력들의 폭주를 견제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지역 생태계 파괴는 물론 경제성도 없는 새만금신공항 건설 반대 표명일 것이다.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경고처럼 미래세대를 위해 더 이상 특정 세력들이 폭주하지 않도록 감시와 행동이 필요하다.

필자 : 윤창영 (사단법인 생명평화마중물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