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통제와 처벌이 아닌 인권 보장에 중심을 둔 감염병예방법 개정이 필요하다.

코로나19가 어느덧 1년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다. 국내에서 2020년 1월 20일 코로나19 첫 번째 환자가 발생한 이후 여러 차례 대유행의 위기가 찾아왔다. 전대 미문의 감염병의 위기를 겪으며 우리의 일상은 다방면으로 달라졌다. 낯설기만 하였던 마스크 착용이 일상에서 보편화되었고, 사회적 거리두기, 동선 공개, 안심밴드의 착용 등 국가의 각종 긴급조치가 이제는 우리에게 일상적인 조치로 다가오고 있다.

감염병의 위기는 인권의 위기를 함께 불러일으켰다. 감염병의 위기가 불러일으킨 경제, 사회적 파장은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생존을 위협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비대해진 권한을 행사하여 집회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프라이버시권 등 인권을 중대하게 제약했다. 그리고 시민을 보호의 대상이 아닌 통제의 대상으로 접근하는 방식의 방역 조치는 사회 전반에 차별과 혐오를 심화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쌓아온 인권의 원칙들이 감염병 위기 앞에 하나, 둘 무너져가고 있는 것이다.

감염병 위기 앞에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기준이 되었어야 할 법은 무력했다. 감염병 대응에 있어 기본법의 지위를 가지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게 광범위한 권한을 허용함으로써 광범위한 인권의 제약을 초래했다. 그 결과 감염병의 공포 아래 이루어진 안심밴드 착용, 자가격리 앱의 설치 등 신기술을 활용한 강제적 조치는 충분한 비판과 검토 없이 도입되었다. 광화문에는 집회의 자유에 대한 탄압을 상징하는 차벽이 세워졌다. 경쟁하듯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진 동선 공개와 사생활 유출로 보호를 받아야 할 시민들이 위험으로 취급되고 차별과 혐오에 시달리게 되었다.

감염병예방법은 취약계층의 인권을 보호하기 조치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이로 인하여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특히 국가로부터 보장되어야 할 취약계층의 인권이 ‘권리’가 아닌 국가의 시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감염병 위기 앞에 인권의 원칙들이 무력하게 무너지고 있는 것이 감염병예방법이 불충분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만은 아니다. 행정권한의 남용의 문제일 수 있고, 따라서 감염병예방법을 개정하여도 현장 실무에서는 직접적인 개선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자신에게 부여된 행정권한을 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행사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시민사회단체들이 인권에 중심을 둔 감염병예방법의 개정을 핵심과제로 주장하는 것은, 법률에 의한 규율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는 경우, 인권의 보장이 전적으로 국가의 결정에 내맡겨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겪고 있듯이 법률의 규율 없이는 국가로부터 간섭받지 말아야 할 인권의 영역에 대한 침범이, 국가로부터 적극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인권의 영역에는 공백이 무분별하게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인해 부당히 인권을 침해당한 당사자들은 관련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거나 피해 회복을 위한 배상 등을 요구할 수 없게 된다.

코로나19와 인권, 지켜져야 할 인권원칙과 입법과제 토론회
"코로나19와 인권, 지켜져야 할 인권원칙과 입법과제 토론회" (사진출처 :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

하지만 인권을 중심에 둔 감염병예방법 개정이 그 권한을 가진 국회에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인권침해의 논란이 있는 방역조치를 정당화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거나, 처벌 대상을 확대하고 형량을 강화하는 내용의 통제와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 등 인권의 원칙에 반하는 법안들이 오히려 다수 발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통제와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들은 명백하게 인권의 원칙에 어긋난다. 유엔 에이즈계획과 세계보건기구 등은 HIV/AIDS에 대한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통제 중심의 공중보건 정책이 감염된 사람의 인권 침해와 사회적 차별 및 낙인, 감염인의 검진 및 상담 거부를 조장하여 실효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통제의 강화가 더 큰 공중보건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나아가 국제인권법은 감염병 위기상황에 도입된 방역조치를 위반한 사람들에 대한 제재가 인도주의적 접근에 기반 할 것을 요구한다. 특히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방역조치를 위반한 경우가 처벌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며, 처벌 대상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및 상황이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경제적·사회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에 대한 처벌은 그 사람들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역조치를 위반한 사람들에 대한 처벌 등 제재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의된 법안들은 명백히 인권의 원칙에 어긋나고, 따라서 해당 법안들이 무비판적으로 통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국제인권법에 명백히 위배되는 처벌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공론화과정 없이 도입될 우려도 있다. ‘전파매개행위’의 범죄화(전용기 의원 등 10인 발의), 단순 허위사실 유포의 범죄화(이원욱 의원 등 11인 발의)를 내용으로 하는 법안들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전파매개행위’의 범죄화는 감염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무고한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허위사실 유포’의 범죄화는 표현의 자유와 민주사회의 비판기능을 중대하게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국제인권법에 위배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와 인권 정책보고서에서 “위협은 사람이 아니라 바이러스”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통제와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닌 시민들을 위협으로 보는 국회의 잘못된 관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그리고 감염병 위기상황에서 시민들을 보호대상이 아닌 위협으로 보는 것은 결국 감염병 위기에 대응해야할 국가적 차원의 책임을 시민들에게 전가하는 결과를 야기한다.

통제와 처벌이 아닌 인권의 보장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지금 국회에 필요한 관점은 코로나19라는 누구도 겪어보지 않은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모든 시민이 위협이 아니라 인권을 제약당한 피해자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무수한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는 통제와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아니라, 감염병 위기로 초래된 우리사회의 차별과 혐오를 방지하고, 취약한 이들을 보호하는 법안이 국회에 적극적으로 발의되어 논의가 이루어질 기원한다.

필자 : 서채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상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