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에게는 추모와 애도가 필요합니다


문득 사람이 숫자로 표현되는 이 사회가 낯설게 느껴졌다. 코로나19 확산세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감염되는가로 확인이 된다. 모두가 인지하기 쉽게 감염된 사람, 사망한 사람, 격리 중인 사람은 숫자로 표현되었다. 수의 높고 낮음에 따라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졌다. 수가 높을 때는 거리두기 강화, 강력한 통제로, 수치가 낮아지면 자연스레 통제는 완화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낙관의 미래가 그려졌다. 숫자에 가려져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또는 사망한 누군가의 삶은 쉽게 잊혀졌다. 타인에 대한 연민, 죽음에 대한 추모와 애도도 찾아볼 수 없었다. 왜 이렇게 무감각한 사회가 되었을까.

무감각한 사회

2년여 시간 동안 감염병이 불러온 공포와 위기가 일상을 파고들었다. 이는 ‘감염이 될 가능성’뿐 아니라 ‘확진이 되었을 시 일어날 사회적인 영향’을 포함하고 있었다. 코로나19 초기 감염병 통제를 위해 감염된 개인의 정보와 동선이 과도하게 공개되었다. 누군가의 삶, 관계 등이 여과 없이 노출되었고, 사회는 감염의 책임을 부주의한 개인의 문제로 돌렸다. ‘00번 확진자’ 지칭하기 쉽게 숫자로 표현된 사람들은 조롱과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손목 밴드, 구상권 청구 등 방역 대책을 위반한 이들에 대한 처벌 위주의 정책이 펼쳐졌다. 감염병에 걸린 환자가 아닌 범죄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일부 정책은 기본적인 권리와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은 코로나19의 감염보다 확진되었을 시 주변에 피해와 사회적 비난이 더욱 두렵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1) 서로를 연결하며 살아가기보다 차단하며 각자도생하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누군가 어떠한 고통을 겪었는지, 어떠한 상실을 경험했는지 어떠한 아픔이 남았는지 타인에 대한 아픔과 공감은 사라지게 되었다.

코로나19 대확산으로 인한 죽음 - 애도와 기억의 장 기자회견

언제든 존엄이 무너질 수 있는 사회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위기에 취약하고 불평등한 사회의 모습을 드러났다. 부족한 공공병상으로 인해 입원하지 못한 채 사망한 이들이 늘고, ‘주거’를 중심으로 한 방역 정책인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 치료 등에서 주거에 취약한 계층은 소외되었다. 장애인, 노인 요양시설에 ‘보호’라는 명목으로 시행되었던 코호트 격리는 오히려 피해를 더 심화 시켰고, 고위험군과 위중증 환자 중심으로 관리하겠다는 재택 치료는 고위험군을 지켜내지 못했다. 이주민, 장애인, 홈리스 등 일상에서 불평등과 차별적인 대우를 받던 이들은 방역·지원정책에서 소외되고 배제되었다. 안전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현실을 개선하는 노력 대신 반복적인 강제적 검사와 행정조치가 이어졌다. 우리가 겪었던 불평등과 인권의 문제는 바이러스 진단, 치료제, 백신 개발과 같은 의학적 해법만으로 코로나19 재난을 극복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누군가에게 위기가 집중되는 불평등한 사회적 관계를 개선하고, 안전과 존엄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언제든 존엄이 무너질 수 있는 사회가 아닌 서로를 지킬 수 있는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성찰과 고민이 필요하다.

추모와 애도가 필요한 이유

그 시작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타인에 대한 공감과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사회적으로 애도하고 추모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나보낸 상실의 기억, 고통과 괴로움은 여전히 개인의 문제로 남겨져 있다. 이것은 불운한 누군가의 특별한 경험이 아닌 우리 사회 모두가 겪었던 아픔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사회적 참사의 추모는 사회적 기념과 의례적 실천을 통해 참사를 야기한 과거의 사회를 반성하고 새로운 사회적 가치와 연대감을 창출하는 사회적 치유의 실천적 방법이 될 수 있다.2) 국가와 사회에 의한 공적인 추모가 필요한 이유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이 사망했다. 세계 곳곳은 이 아픔을 기억하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100만명이 넘게 사망한 미국은 코로나19 사망자를 기억하며 조기를 게양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치유하기 위해서 반드시 사라져간 사람들의 삶을 기억해야 한다”고 연설했다. 독일은 국가 차원의 추모식을 열어 기억하는 것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과정임을 알렸다. 추모와 애도를 통해 서로를 치유하고 재난이 반복되지 않을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 사회는 어떤 내일을 준비하고 있는가. 우리는 바이러스 위기 앞에서 약자들이 죽음에 더 쉽게 노출되고, 추모와 애도를 잃어버린 무감각한 사회를 경험했다. 우리 사회가 겪은 비극을 덮어 둔 채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지나온 과정에 대한 성찰과 치유가 필요하다. 비극과 절망을 넘어 새로운 내일을 마주할 수 있도록 함께 기억하고 애도하는 것 우리에게 남은 과제이다.

1) 국민 57% “코로나 확진자 낙인 두렵다”. 서울경제. 2021.12.10 https://www.sedaily.com/NewsView/22V8LFOGC1
2) 재난의 감정정치와 추모의 사회학-감정의 의료화를 넘어 사회적 치유로- 김명희.

랄라 사진
필자 : 랄라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