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주민 차별 없는 재난지원금, 지금이라도 시행해야 한다.
전라북도가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재난 대책의 일환으로 지역사회 소비 진작 차원에서 재난지원금 지급을 선언하고 7월 5일부터 지급 신청을 받았다. 그러나 전라북도는 지원 대상에서 영주권자·결혼이민자를 제외한 외국인주민(이하 이주민)들을 제외했다. 이에 대해 전북민중행동을 비롯한 시민사회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대책 보완을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재난 지원금의 근거이기도 한 「전라북도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조례」의 지원대상 조항 개정 등 실제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재난지원금에 대한 이주민 차별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마주했다. 굳이 이주노동자들까지 재난지원금을 줘야 하냐고 반문하는 여론도 적지 않았으며, 이들이 한국 사회에 무슨 도움이 되었기에 세금으로 재난 지원을 해야 되냐는 반문도 있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을 비롯한 이주민들이 코로나19 재난 지원에서 배제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외국인 노동자는 우리나라에 기여해 온 것이 없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똑같은 임금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세금 낸 적도 없다." 2019년 6월 당시 자유한국당의 당대표였던 황교안이 한 행사에서 발언이었다. 당시 이 발언은 이주민 단체의 비판을 일으킨 것은 물론이고 다수의 언론사에서 사실 검증까지 되며 거짓임이 확인됐다. 외국인 일용노동자 49만 9천 명이 2017년 근로소득세로 신고한 금액이 700억 원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700억 원은 전북도가 2019년 도시재생 관련 사업으로 확보한 국비 예산과 같은 금액이다. 단순 비교라는 것을 전제해야겠지만 지역 주민들의 삶에 기여하는 예산이 저임금 이주노동자들의 한해 노동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황교안 전 대표와 같은 관점은 아니겠지만 전라북도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은 차별의 구조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세금을 내느냐 안 내느냐의 관점으로만 접근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한국사회 안에서 이주민들의 기여가 결코 지 않으며 시간이 갈수록 점점 커져가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가령 농업 이주노동자들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입국할 수 없어 농촌사회의 어려움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이를 알 수 있다. 올해 초 법무부가 취업비자가 없는 외국인들에게도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노동을 허가하게 된 것도 이런 상황 속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처럼 이주민들은 우리의 삶에 가까이 영향을 주고받는 사회구성원이 되었다.
그러나 감염병의 위기는 이주노동자들을 둘러싼 차별적인 환경을 파고들고 있다. 전북 지역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반복되는 이주노동자의 코로나19 감염의 원인이 집단 거주 등 열악한 노동조건이라는 점이 전문가들에게 여러 차례 지적되었다. 또한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국내에서 공적마스크를 추진했지만 주민등록번호 중심으로 배치된 정책에 이주민들은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 바이러스는 개인의 정체성과 상관없이 감염병을 일으키지만 재난의 위기는 불평등한 사회 구조 속에 차별적으로 드러남을 이주민 관련 상황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차별 없는 방역과 재난 대책이 실질적인 재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
재난상황에 대한 공공의 지원은 이주민과 같은 취약한 구성원들을 함께 고려해야만 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와 유엔국제이주기구 등이 제시한 인권지침 역시 인종과 국적의 차별 없는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정 국적이나 인종에 속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한 낙인과 차별에 대응해야 하며, 방역정보와 보건의료서비스 접근권을 높이면서, 노동 및 주거환경의 안전 증진을 위한 조치를 시행할 것 등을 제시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재난긴급지원금 정책 외국인주민 배제 개선 권고’를 하였다.
이러한 권고와 의견 제시만이 아니더라도 국내와 지역 사회의 법제는 이주민에게 사회구성원으로서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년 전 외국인 역시 참정권 등에 대한 제한을 제외하고는 헌법상 평등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결정했다(헌재 2001. 11. 29. 99헌마494 결정). 또한 「전라북도 외국인주민 및 다문화가족 지원 조례」는 “전라북도 관내에 90일 초과 거주하며 생계활동에 종사하고 있는 외국인”도 외국인 주민이라고 정의(조례 제2조)하여 기본적으로 이들이 지역사회 일원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이야말로 지역사회의 소수자인 이주민들의 안정적 생활을 위해 필요한 행정을 펼쳐야 할 때다. 그런 점에서 송하진 지사와 전북도청이 지금이라도 조례 개정 등을 비롯해 재난지원금 정책에 대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