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가 일용노동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검사 행정명령을 시행한 지 보름이 넘다. 전라북도는 일용노동자는 그 특성상 작업장 이동으로 인해 다수와 접촉할 수 있고, 감염 시 접촉자 추적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5월 17일자로 행정명령을 시행했다. 그러나 전라북도는 지난 보름 동안 행정명령의 시행으로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방역당국이 시행하는 거리두기 체계에서는 감염병 확산의 유형과 위험도를 평가하여 단계를 나누고 각 단계마다 방역조치 강도와 목표를 달리한다. 방역 조치는 그 목표를 분명히 하여 시작과 종료를 예측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과도한 조치는 방역자원을 낭비하고 기본권을 침해하여 오히려 방역 효과를 감쇄시킨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라북도의 행정명령은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투성이다.
우선 일용노동자를 대상으로 삼은 근거부터 불분명하다. 내·외국인 일용노동자 사이에서의 감염 확산이 우려스러운 수준이었다면 이를 객관적으로 제시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보건역학에서는 객관적인 자료 수집을 방해하는 다양한 바이어스(비뚤림, 편견)를 경계한다. 자료 수집에 있어서도 이럴진대 하물며 수집된 자료를 해석하는 단계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전라북도가 발표하는 일일상황 브리핑 자료는 대다수의 집단감염이 교회, 교육시설, 음식점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라북도는 내·외국인 일용노동자를 주목하는 데에서부터 편견이 개입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이번 행정명령은 그 목표, 즉 행정명령의 시작과 종료시점도 불명확하다. 전라북도는 행정명령의 종료시점을 어떠한 상태가 아닌 ‘6월 30일’로 제시한다. 6월 30일이 되면 전라북도가 행정명령을 시행한 근거 상황이 해소된다는 가정은 어떻게 도출된 것인가? 5월 17일 이후 전라북도 내 감염재생산지수는 줄곧 1.0 미만이었다. 그래도 ‘6월 30일’까지 행정명령을 유지해야하는 필연성은 어떻게 제시할 것인가? 전라북도는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번 행정명령이 그 비현실성으로 인해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고 있지 못한다는 데 있다. 행정명령이 시행된 5월 17일을 기준으로 그 전과 후의 코로나19 검사 현황은 각각 일일 평균 865명(5월3일~5월16일), 767명(5월 17일~5월30일)으로 오히려 명령 시행 후 검사수가 줄어들었다. 행정명령 이후 몇 명의 일용노동자가 작업 전 검사를 받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몇 백 명 수준을 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일용직으로 일하는 다수의 노동자들 역시 일터에서 종전대로 일한다고 전한다.
행정명령이 공허한 대책이라는 문제의식도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4월 기준, 전라북도 내 일용노동자는 4만3천 명으로 집계된다. 일용직의 특성상 통계에서 누락되는 경우가 많음을 감안하면 실제 일용노동자 수는 이보다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전라북도 내 선별검사소에서는 많을 때 하루 천 명대 가량의 검사를 수행하고 있다. 만약 행정명령대로 모든 일용노동자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선별검사소에 들렀다면 그 수 십 배에 달하는 수 만 명의 일시검사를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전라북도가 행정명령대로 실행하고자 했다면 방역 인력과 자원의 상당 부분을 선별검사로 이동시키고, 검사 결과가 지연되는데 따르는 노동자들의 임금손실 대책까지 예비했어야 마땅하다. 이와 같은 기본적인 채비조차 갖추지 않았던 것은 전라북도 스스로 이 행정명령이 지켜지리라 기대하지 않았다는 의미.
검사대상을 무작정 늘리는 행위 자체가 방역을 교란시키는 비과학적 조치라는 사실도 짚어야겠다. 보건복지부는 거리두기 2단계 전까지는 코로나19 검사 대상자를 코로나19 임상증상이 있거나, 국내 집단발생과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방역당국이 검사대상자 기준을 제한하는 데에는 과학적 이유가 있다. 전문가들은 전국단위의 전수검사가 아닌 지역단위 소규모 검사로는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고 극히 낮은 양성률에 비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무작위 검사를 진행한 바 있지만 양성률은 0.02%에 그쳤다. 올해 초 무작위 검사의 효과가 논란이 되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시 지적을 인정하며 검사 역량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략과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왜 일용노동자였는지를 질문해본다. 전라북도는 일용노동자들을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 혜택을 주려는 차원에서 코로나19 전수검사를 시행한다고 설명한다. 설사 전라북도의 주장대로 ‘혜택’을 제공하려는 의도였다고 쳐도 일방적 온정주의, 시혜주의 역시 차별의 한 형태이다. 게다가 코로나19 검사는 그 개인에게 최소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24시간 가까이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이다. 경제적 손실도 발생한다. 이런데도 ‘혜택’이라고 우기는 태도에서 전라북도의 턱없이 낮은 인권감수성이 드러난다.
또한 전라북도는 집단감염에 취약한 집단생활시설에서 주기적 코로나19검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강변한다. 앞서 밝혔던 바와 같이 적절한 근거 없이 일용노동자의 집단감염 위험을 요양병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정하는 것은 비과학적이다. 게다가 보건당국은 감염취약집단에게부터 백신접종을 진행하고 있다. 전라북도가 정녕 일용노동자를 감염취약집단으로 파악하고 있다면 이들에게 백신을 우선 접종하자고 건의부터 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정작 일터의 근처에도 다가가지 못한 전라북도의 행정명령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목표도, 현실성도, 실효성도 부족한 행정명령은 전라북도 방역행정의 신뢰를 무너뜨릴 따름이다. 지금이라도 차별적, 비과학적 행정명령을 철회하는 것이 타당하다.
※ 이 기고문은 <노동과 세계>에 실린 글을 필자의 동의를 얻어 게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