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슬기의 8월 소식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도입이 기어이 시작되었다. 정부는 이를 저출생 문제의 대책이라며, 값싼 가사도우미를 공급하여 가사와 육아 부담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졸속 공청회에서 지적된 수많은 문제점들과 노동ㆍ여성ㆍ인권단체들의 반대를 묵과한 일방적인 강행이다. 시범사업 명목으로 서울시에 12월부터 도입이 확정되었고, 향후 확대될 계획이다. 가사노동자 임금을 낮추겠다는 것이 본 사업의 목적인 만큼, 우려되는 문제들은 이미 선명하다. 당장 기존의 내국인 가사돌봄노동자의 일자리가 줄어들어 이들의 생계가 위협받을 것이다. 또한 도입될 이주 가사노동자의 인권에도 숱한 우려가 당면해 있다. 사업장 변경이 되지 않아 이주노동자의 목줄을 쥐고 있는 E-9(고용허가제) 비자가 적용될 예정이며, 종일근로가 아닌 파트타임제로 도입되는 만큼 최저임금이 보장되기도 어렵다. 가사노동이 개별 가정이라는 사적공간에서 외부와 철저히 차단되어 수행된다는 점과, 대부분의 가사노동자가 여성이고, 한국어 소통이 어렵다는 점은, 이들이 폭력이나 인권침해 상황에 노출될 위험이 매우 높음을 말해 준다. (정부가 본 사업의 모델로 제시한 홍콩의 경우, 이주가사노동자에 대한 다양한 인권침해 사례-학대, 폭력, 이로 인한 빈번한 사망까지도-가 이미 숱하게 보고되어 있다.) 이는 국가적ㆍ계급적으로 진행 중인 여성 착취임이 명백하다. 이와 함께 우리가 반드시 생각해야 할 문제는 ‘돌봄’이다. 가사와 양육은 사회의 재생산을 위한 필수 영역임에도, 지금껏 전문적 능력이 아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로 저평가되어 왔으며, 그래서 ‘여성’의 역할로 전가되어 왔고 이제 ‘이주’노동자에 ‘싼 값’으로 떠넘겨지고 있다. 돌봄의 공백을 철저히 개인의 책임으로 내팽겨둔 채, 정작 이를 책임져야 할 국가는 시장논리를 내세워 착취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돌봄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국가가 책임을 다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이 꾸려졌다. 많은 지지와 연대를 바란다.

김선경의 8월 소식

9월 4일 월요일 공교육 멈춤의 날, 책방토닥토닥은 교사 조영선의 책들을 다시 매대에 올렸습니다. 조영선은 자신의 해방과 동시에 학생들의 해방을 위한 학교를 위해 글을 쓰고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육과 학생 인권에 대한 다수의 책을 낸 선생님이기도 합니다.

이번 서이초 교사의 비극적인 사건 이후로 교사들의 투신 사건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됩니다. 이 상황을 대한민국의 교사들과 학생들, 학부모들은 각자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현재 교육계는 교사들의 공분을 잠재우기 위해 학생 인권 폐지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조영선은 <인권을 만난 교육, 교육을 만난 인권>이라는 책에서 교육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힘은 교사의 노동권과 시민권임을 강조합니다.

“국가 권력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교육이 아니라 교육 당사자들이 바라는 교육이 되기 위해 교사에게 어떤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해야 할 것입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모든 국민에게 보장되어야 할 교육권‘은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요? 헌법에 보장된 교육은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권력을 가진 독재자들이 공교육을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던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죠. 나치 치하의 독일 교육은 권력자가 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교사들을 탄압하고, 학생들에게 차별적인 의식을 조직적으로 가르쳤는지 알 수 있게 해 주는 역사 속의 사례입니다.” _271p.

교사의 인권과 학생의 인권은 서로 충돌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같은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교사는 학생들이 배우고 싶은 것들을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지도하고 싶어하며, 학생들도 억압적이기보다는 교사들만의 다양한 교육 방식 안에서 존중받고 싶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답답한 점은 대학입시를 학교의 유일한 존재이유로 여기는 꽉 막힌 우리 사회의 시선이 아닐까 합니다.

“실제 교육과정을 결정하는 것은 교사가 아닌 국가입니다. 교사는 이에 따르지 않으면 안 되는 '복종의 의무’를 집니다. 대학 교수는 수업 교재를 직접 결정할 수 있지만, 교사들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검.인정 교과서만 사용해야 합니다. 21세기에도 한국사 교과서가 국정 교과서로 전환될 위험에 처했던 경험은 국가 권력이 얼마나 교육의 자주성을 위협하는지 잘 보여 줍니다. 교육 내용도, 평가 방식이나 시험 내용도 학교 관리자나 외부에 의해 검열받아야 합니다. 교사의 수업 중 발언이나 보조 교재로 만든 자료가 정부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처벌받는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듯 '정치적 중립성'을 의도적으로 오독하여 교사를 정치적으로 종속된 존재로 만들고 교육의 정치적 독립성을 해쳐 왔던 주체는 국가 권력이었던 거죠.” -274p

교육에 품었던 이상이 내 교실에 녹아들지 않는다는 어느 교사의 질문에 눈길이 멈춥니다. 하루 종일 학교에서 지내는 교사들과 학생들은 과연 학교의 주인이 맞을까요? 학교를 더 나은 공간으로 만들고자 말하는 주체들의 목소리는 누구에게 가닿고 있는 것일까요? 학교를 좌지우지하는 이들은 정작 다른 이들인 것만 같습니다. 학생과 교사의 뒤에서 학교라는 제2의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이들은 이 세상의 불공평을 만드는 힘 있는 자들입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학교의 주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이야기하는 공론의 장이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끌고 갈 이들이 처음으로 경험하는 학교의 존재 이유에 대해 새롭게 이야기해야 할 때인지도 모릅니다. 조영선 교사의 책들을 읽으며 지금도 여전히 학교에서 죽어가는 이들이 누구인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