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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 20일(화), 삼보일배 54일째, 옅은 구름이 낀 맑은 날


오늘은 천주교인들이 새만금 갯벌의 생명과 평화를 위한 삼보일배에 참여하는 날입니다. 지난밤에 하루 묵었던 인덕원성당 마당이 가득할 정도로 이른 아침부터 많은 천주교 성직자와 신자들이 순례단을 찾아오셨습니다.





삼보일배를 시작할 때 이미 2백여명에 달하던 순례단 숫자는 이내 3백·4백명으로 불어나 과천시 경계로 들어온 오전 11시쯤에는 5백명이 훨씬 넘었습니다. 삼보일배 고행을 직접 하시는 분만 120명에 달했으며, 그 뒤에는 4백여명이 넘는 분들이 도보로 순례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신부님들만 70여명이 넘게 삼보일배를 직접하셨는데, 안하시던 절을 하시느라 아침부터 다들 얼굴이 새빨갛게 상기된채 가쁜 숨을 내쉬며 비지땀을 흘리시면서도 하루 종일 삼보일배 고행을 계속하셨습니다.

이러한 고행의 긴 행렬 뒤에는 민주노총 집행부와 단병호 위원장님께서도 참여하셨는데, 삼보일배 고행을 묵묵히 바라보시던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님은 "환경을 살리기 위해 신부님과 스님, 목사님, 교무님과 환경단체가 삼보일배까지 해가면서 힘든 운동을 하시는데 정말 존경스럽다. 지금까지 함께 하지 못해 죄송하다. 많은 시민들이 환경을 생각하고 새만금 중단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강행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개혁정책과 환경에 대한 인식에 문제가 있으며, 개혁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여 안타깝고 분노마저 느낀다. 이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새만금 간척사업 중단뿐만 아니라 환경문제 전반에도 관심 가지길 바란다"고 말씀하시며 5월 25일 여의도 집회와 5월 31일 광화문 집회에는 민주노총에서도 조직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이렇게 긴 행렬이 과천을 향해, 정부청사를 향해 가고 있는데, 길 건너편에서 왕왕∼ 거리는 확성기 소리와 고함소리가 들리며 어수선해집니다. '새만금은 국민의 의망 새만금 방조제를 사수하라', '새만금 발목 잡는 반대세력은 전국민에게 도전하는 것이다', '새만금사업은 표본적 환경친화 사업이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앞세우고 1백여명이 넘는 새만금추진협의회 사람들이 온 것입니다.

차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왕복 8차선 도로 저편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는 잘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전북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새만금 간척사업을 반드시 추진해야한다며, 이에 반대하는 순례단을 비난하는 내용입니다.

경찰들이 양쪽을 철저히 분리하여 별다른 마찰은 없었지만, 그들은 과천지역의 시민단체들이 삼보일배 순례단을 환영하기 위해 내걸은 현수막을 철거해버렸습니다. 며칠 전, 수원에도 찾아오시더니 오늘은 과천까지 찾아오셨습니다. 새만금 사업에 이권이 관련된 사람들은 삼보일배가 진행되면서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키자 상당히 몸이 달았나봅니다.

각자가 자신의 주장을 마음대로 밝히고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이렇게 성직자들이 기도수행에 매진하고 있는 삼보일배 순례단을 따라다니며 험담을 늘어놓는 모습에 가슴이 아파옵니다. 당신들의 개인적인 이해관계와 아무 상관이 없는 새만금 갯벌의 생명을 살리겠다고, 환경을 살리겠다고 이렇게 고행에 나섰는데...

또 한가지 석연치 않은 것은 그 새만금추진협의회 사람들이 과천에서 집회를 벌이다가 점심 먹을 때에는 안양에 있는 농업기반공사 바로 앞에 있는 유성가든에서 식사를 했다는 것입니다. 뭔가가 개운치 않습니다.

그렇게 온갖 수모를 다 겪으며, 신체적인 한계에 다다를 정도로 힘들게 온 순례단은 오후 3시에는 드디어 과천 정부청사 앞에 도달했습니다. 청사 정문 앞에서 문규현 신부님은 갑자기 눈물을 흘리시며 꺼이꺼이 소리내어 통곡을 하십니다. 문정현 신부님도 눈물을 쏟으시며 순례단원을 부둥켜안고 "그 먼 길을, 그 먼 길을..." 말꼬리를 흐리십니다. 다들 숙연해집니다.





부산에서 오신 한 신부님은 삼보일배 고행을 해보신 소감에 대해 "재미있다. 함께 한다는 것이 즐겁다. 나는 너가 되고 너는 나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 모세가 호렙산에서 하느님을 만난 것처럼 하느님을 찾아가는 길 같다. 오늘은 그런 산에 올라가는 기분을 느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천주교여성공동체에서 일하시는 이윤지 간사님은 "뒤에서 따라만 다니다가 직접 해보니 죽을 것같다. 아침에 각오하고 나왔는데 오전에는 그런대로 할만 하더니 오후에는 정말 힘들었다. 무릎이 제일 아픈데, 네 성직자들은 인간의 힘이 아니라 신앙의 힘과 자연의 힘으로 해오신 것같다.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는 해낼 수 없는 일이다"고 느낌을 말씀하셨습니다.

과천 정부청사 정문 앞에서는 김영진 농림부 장관님과 한명숙 환경부 장관님께서 순례단을 기다리고 계셨는데, 김영진 장관님은 "오늘 국무회의에서 새만금신구상기획단을 6월초까지 구성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성직자들이 제기하신 문제들을 고민하겠다. 대통령께서도 성직자들의 건강을 굉장히 염려하고 마음 아파하신다. 갯벌을 지키는 생명운동은 너무도 소중한 것이며, 민족의 식량창고를 굳건히 해야할 농림부 장관으로서도 고민이 많다. 신구상기획단을 구성하여 환경단체와 종교계의 참여하에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개발방법을 모색하고 용도의 합리적인 선택까지도 찾겠다"며 간척사업의 중단 가능성은 전혀 언급하지 않으셨습니다.

한편, 한명숙 환경부 장관님은 "같이 시위에 참여할 수는 없지만, 환경부의 목소리를 내겠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환경부도 어려움이 있겠지만 생명을 걸고 고행하시는 분들만큼 힘들겠느냐"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 하루 일정을 마친 순례단은 과천 정부청사 앞에다 천막을 치고 하룻밤 자고 갑니다. 그런데, 며칠째 너무 힘들어하시던 스님께서는 저녁도 드시지 못하고 자리에 누우셨습니다. 오늘 삼보일배 하실 때에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셨다는데 계속 고통이 사라지지 않나봅니다. 큰 일입니다.

순례단은 급히 의사선생님을 모셔와 진료를 받고 포도당액 주사를 놓아드렸습니다. 스님께서는 지금 탈수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탈진상태 직전이라고 합니다. 환경이 매우 열악한 수도권으로 들어오면서 체력이 완전히 바닥나신 것 같습니다.

서울로 들어가기 전에 모레(22일, 목) 하루는 쉬어야겠습니다.

오늘 아침은 안양 인덕원성당, 점심은 군포 한무리교회, 저녁은 성공회 안양교회에서 각각 준비해주셨습니다. 도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정리 : 마용운)


※성직자들의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상황에서 삼보일배 수행을 계속해온 순례단은 서울 입성을 앞두고 5월 22일(목) 하루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성직자들이 편히 쉬실 수 있도록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전북 부안군 계화도에서는 지역주민 고은식님께서 홀로 삼보일배를 하고계십니다. 지난 5월 7일부터 시작한 계화도의 삼보일배에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새만금사업을 반대하는 부안사람들  http://nongbalge.or.kr



※오늘 온 길 : 경기도 안양시 대우아파트 사거리 (5.5km / 새만금 해창갯벌에서 283.6km)

※앞으로 갈 길 :  경기도 과천시 남태령(5월 21일) - <5월 22일은 휴식> - 서울 사당동 - 서울대 입구(5월 23일) - 보라매공원 앞(5월 24일) - 여의도(5월 25∼28일) - 신촌 - 아현동(5월 29일) - 서울역 - 명동(5월 31일) - 조계사 - 광화문 - 시청(5월 31일)

<일정은 날씨를 비롯한 여러 사정에 의해 바뀔 수 있습니다>



생명과 조화의 땅 새만금갯벌을 파괴하는 방조제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새만금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 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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