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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 12일(월), 삼보일배 46일째
옅은 구름이 끼었으며 후텁지근한 날씨


지난 주에 비가 온 이후 날씨가 좀 선선하더니 오늘부터는 더워지기 시작합니다. 벌써 오월 중순이라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삼보일배 수행하시는 네 분도 윗도리가 흥건히 젖을 정도로 땀을 많이 흘리십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실 때마다 얼굴에서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는데, 사진을 찍는 저로서는 그 모습을 정면에서 바라보기조차 두려울 정도입니다.



몇주만에 다시 순례에 참여하신 분들은 이구동성으로 성직자들 몸이 마르고 수척해지셨다고 걱정하시며, 순례단 속에서 길을 가면서도 붉어진 눈시울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이제는 아스팔트가 후끈 달아오르며 자동차 매연과 소음이 심해지는 도시 구간이 대부분인데 날씨가 더워지고 있으니 더욱 걱정입니다.

상대적으로 건강이 좋으셨던 신부님도 오월이 되면서 부쩍 땀을 많이 흘리십니다. 이렇게 삼보일배 고행이 한달 보름을 넘기고, 날씨가 더워지면서 체력이 많이들 떨어지셨습니다. 그래서 모레(5월 14일) 하루는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평일이었지만, 참가자들이 휴일만큼이나 많았습니다. 아침에 출발한지 한 시간쯤 지나자 평택시를 벗어나 오산시로 들어오게 되었는데, 오산과 화성지역에서 많은 분들이 마중나와 계셨습니다.

오산화성환경연합 공동의장이신 대각사 주지 석정호 스님과 신도들 이십여분, 오산 은계성당 교우 삼십여분, 오산지역 노사모와 개혁당 회원 여러분들 외에도 서울 청량리성당 전종훈 신부님과 김라파엘·전비리짓다 수녀님과 교우님 열세분, 천주교 여성생태모임 레헴 이미숙 총무님과 회원 여덟분, 경남 함양시민연대 송원요 교무님과 임원 여섯분 등 많을때에는 아흔명 가량이 길다란 대열을 이루고 순례 길을 갔습니다.

오산에 사시는 노사모 회원 허하영님은 "지난 주 방영된 '삼보일배'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가슴이 아팠는데, 오늘도 순례 도중 길이 굽어지면서 수경 스님 모습을 보았을 때, 너무 가슴이 아팠다"며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이곳의 일반 시민들은 새만금 간척사업에 다 반대한다. 특히, 화성지역의 경우 시화호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많으며, 제2의 시화호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노사모 회원으로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각별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내가 보낸 돼지저금통을 되찾아오고 싶다(새만금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종교는 가지고 있지 않은데, 새만금 간척사업을 막을 수만 있다면 아무 것이나 붙잡고 빌고 싶다"고 대답하셨습니다.

광주에서 오셔서 앞으로 며칠 동안 순례단과 함께 지낼 신상숙님은 20년전 신부님께서 군산 팔마성당에 계실 때에 신자로서 신부님을 알게 되었다는데, "오는 길에 타고온 택시 기사님이 순례단에 대해 욕을 많이 하기에 잘 설명해드렸더니 금방 이해하시더라"며 아직 새만금 문제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당시 신부님은 지난해 1월의 군산 개복동 성매매지역 화재 참사 사건이 있었던 바로 그곳에서 사목활동을 하셨는데,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구타와 폭행을 당하여도 어디 호소하거나 보호받을 곳이 없자 신부님께서는 그 여성들에게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늘 말씀하셨다. 어느 날 사고로 다친 여성이 밤늦게 신부님께 연락했더니 신부님은 운동복 차림으로 바로 사창가에 달려가서 그 여성을 병원 응급실로 데려가셨다. 이 일 때문에 신부님이 사창가에 드나든다는 황당한 소문이 돌기도 했다. 지금 만약 신부님께서 계셨더라면 그런 화재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텐데"라며 20여년전 이야기도 해주셨습니다. 당시에도 아이들을 너무나 사랑하셨던 신부님이라며 "그분이니까 이런 일을 한다"는 말씀도 덧붙이셨습니다.

늦은 오후에는 원불교 서울 중구지구에서 지구장이신 면타원 송명호 교무님을 비롯해 열아홉분의 교무님들이 오셔서 순례단을 격려해주셨고, 오산화성환경연합 임원들께서도 방문하셨습니다. 오산화성환경연합 이홍근 사무국장님의 아들 부영이(11살)는 네 성직자께 편지와 시를 드려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 내용은 아래에 있습니다.  

오늘 아침은 오산 임마누엘교회, 점심은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저녁은 용인 대각사에서 각각 준비해주셨습니다. 오산 다솜교회에서는 오이 한 상자를 주셨고, 오산시청에서도 음료수를 후원해주셨습니다. 도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삼보일배를 하시는 존경스러운 어른들께

안녕하세요
저는 화성 갈천초등학교에 다니는 이부영입니다.

저는 우리 아버지가 환경운동을 하셔서 새만금과 간척사업, 그리고 삼보일배를 알게되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 TV를 통하여 삼보일배를 하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고장에 오신다는 것을 듣고 반가운 마음으로 이 편지를 씁니다.

무엇이든지 말로는 쉽지만 행동으로 하기는 어려운데 삼보일배를 하는 어른들의 용기가 존경스럽습니다. 광화문에 도착하실 때까지 포기하지 마시고 용기를 내어 새만금을 살려주세요!

그리고 몸이 많이 편찮다고 그러시는데 걱정입니다. 조금만 참고 힘내세요. 제 작은 마음도 삼보일배에 보태겠습니다.

2003년 5월 12일
이부영 올림



------------------

새만금 희망가

- 이부영 -

아스팔트 위
뜨거운 햇살 아래

새만금 위한
삼보일배 시작되고

쓰러질 듯 힘들지만
해창갯벌 생각하니

힘이 솟고 투지가 생겨
걷다보니 화성이라

조금 가면 광화문이니
다시 한번 힘내보세

새만금의 깊은 사정
동방에 외쳐보자

온 국민 한마음으로
새만금 살려보세


(이부영 어린이는 경기도 화성군 갈천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고 있으며, 아빠는 오산화성환경연합 이홍근 사무국장님입니다.)




※지금 전북 부안군 계화도에서는 지역주민 고은식님께서 홀로 삼보일배를 하고계십니다. 지난 5월 7일부터 시작한 계화도의 삼보일배에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새만금사업을 반대하는 부안사람들  http://nongbalge.or.kr

그동안 삼보일배 순례를 위해 많이 애써주시던 이광재, 이상환, 김종대 세분이 오늘 부안에서의 반대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가셨습니다. 안녕히 가시라는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헤어져 죄송합니다. 멀리 떨어져 있긴 하지만 새만금갯벌을 살리기 위한 마음은 항상 통할 것입니다.

현장에 계신 모든 분들, 부디 건강하시고 새만금 방조제 건설 중단을 위해 현장에서 많이 애써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정리 : 마용운)



※순례가 한 달을 넘기면서 참여하시는 분들도 늘었는데, 삼보일배 순례에 참여하시려면 자신이 마실 물 정도는 준비해오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온 길 :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 - 오산시 경기도산림환경연구원 앞 (6km / 새만금 해창갯벌에서 246.3km)

※앞으로 갈 길 :  경기도 오산시 - 수원시(5월 15일) - 의왕시(5월 19일) - 안양시(20일) - 과천시(5월 22일) - 서울 사당동(5월 23일) - 여의도(5월 25일) - 광화문(5월 31일)

<일정은 날씨를 비롯한 여러 사정에 의해 바뀔 수 있습니다>


생명과 조화의 땅 새만금갯벌을 파괴하는 방조제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새만금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 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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