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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5월 15일(목), 맑고 바람이 많이 불어옴


어제 하루 쉬고나서 좀 가벼운 발걸음으로 하루를 맞이했습니다.





이틀 밤을 쉬었던 화성 병점성당 수녀님과 신자 사오십여 분이 아침부터 함께 출발했는데, 몇 발짝 가지 않으니 병점역이 나옵니다.

보름 전에 전철이 새로 개통되어, 수원까지만 가던 전철이 병점까지 연장되었다고 합니다. 이제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전철로 연결되는 거리에 있다고 생각하니 서울에 다왔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새만금 하루 소식을 보시면서도 아직 한번도 삼보일배 순례단을 찾지 못하셨던 분들은 더 이상 '멀어서, 또는 바빠서 가지 못했다'는 변명을 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저 멀리 수원 시내가 보입니다. 가장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고층 아파트단지가 도시 외곽을 빙 돌아가며 빼곡이 들어서 있는 모습입니다. 그 바깥에는 곧 사라질지도 모르는 논들이 있습니다.

모내기 준비가 한창인 논에는 자신들의 서식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쇠백로·중대백로·황로·해오라기 등등 여름철새들이 많이 와있습니다. 필리핀과 베트남, 보르네오섬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지역에서 겨울을 보내다 봄이 오면 찾아오는 손님입니다. 옛날 같았으면 뜸부기도 있었을텐데, 동요 속에 나오던 뜸북 뜸북 뜸북새는 점점 멸종되어 가고있어 이제는 노래도 사라질 판입니다.

이맘때쯤 서해안 지역에 가면 논에서도 도요새를 볼 수 있습니다. 마침 오늘과 내일·모레 오후가 올해 들어 도요새를 관찰하기에 가장 좋은 날이라고 합니다. 오늘이 음력으로 보름인데, 보름이 되면 달의 인력이 크게 작용하여 밀물과 썰물의 변화폭이 커집니다. 밀물이 몰려오면 다른 때보다 높은 곳까지 바닷물에 잠기는데, 갯벌 위에서 걸어다니며 먹이를 찾는 도요새는 들어오는 밀물을 피해 바닷가로 몰려듭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바닷가로 몰려든 도요새를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올해에는 얼마나 많은 도요새들이 찾아왔는지 모르겠지만, 매년 봄 약 20만 마리 이상의 도요새와 물떼새가 새만금갯벌을 찾아옵니다. 짝을 짓고 번식하기 위해 시베리아로 가는 길에 우리나라 서남해안의 갯벌에 들리는데, 멀리는 호주·뉴질랜드에서 3박3일 동안 쉬지않고 날아온다고 합니다. 그동안 몸무게의 절반 가량이 빠질 정도로 힘겨운 날개짓을 하는데, 시베리아까지 다시 날아갈 수 있도록 새만금갯벌에서 보름 정도 쉬며 영양을 보충해야 합니다.

넓적부리도요, 쇠청다리도요사촌, 알락꼬리마도요 등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해있거나 희귀한 도요새들 말고도 민물도요, 붉은어깨도요, 뒷부리도요, 흰물떼새 등 이름도 가지각색인 30여종의 도요새와 물떼새가 찾는 곳이 바로 새만금갯벌입니다.

이렇게 생긴 것도 다양하고 즐겨먹는 먹이도 다른 30종 20만 마리의 도요새와 물떼새가 온다는 것은 새만금갯벌에 이들의 먹이가 되는 온갖 종류의 생물들이 풍부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인간에게나 도요새에게나 풍요를 안겨주는 새만금갯벌을 파괴하는 것은 생명에 대한 범죄행위입니다.

올 봄에는 꼭 수십만 마리 도요새의 군무를 보러 옥구염전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었지만, 제 봄날은 이렇게 삼보일배와 함께 갑니다. 대신, 내년에도, 후내년에도, 아니 몇십년 후에도 계속 새만금갯벌에서 수십만 마리 도요새의 군무를 보며 그 경이로움에 감동받을 수 있도록 새만금 방조제 건설을 반드시 막아야겠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지리산 실상사 작은학교 학생들과 선생님 마흔다섯 명이 오셨습니다. 학생들을 점심을 먹고 오후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네 성직자께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불러드립니다. 영어 단어를 외우게 하고, 수학 공식을 가르치는 분들만 스승이 아니라, 온 인류가 살아가야할 올바른 방향을 몸으로 보여주시는 이분들이야말로 위대한 스승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맛있는 점심을 손수 마련해주신 전통 사찰음식 전문가 선재 스님도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요리와 먹거리를 가르치는 스승이신데, "요리를 배우러오는 사람들에게 요리만 가르치지 않고 식탁에서의 예절과 음식물 버리지 않고 절제하기부터 먼저 가르친다. 부처님은 자연과 인간은 하나라고 말씀하셨다. 환경이 오염되면 내가 병들게 되고, 몸에 약이 되는 좋은 먹거리를 위해서는 환경이 좋아야 한다. 음식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되고 마음과 정신까지 순화시켜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공동대표이신 홍근수 목사님도 삼보일배 순례에 참여하셨습니다. 목사님은 "몇해전, 새만금갯벌 현지에 가보았을 때 자연 그대로를 보전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느꼈다. 지금 당국은 '갯벌이 다시 생긴다'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 이에 분노를 느낀다. 앞으로도 여러 개의 산을 허물어 바다를 메꿀 때 자연경관은 얼마나 훼손될 것인가? 시화호와 같은 결과가 뻔히 나타날텐데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뉴햄프셔주의 플리머스 핵발전소를 완공해놓고 주민들이 반대운동을 벌이자 멀쩡한 새 핵발전소를 폐쇄시킨 것을 지켜보았다. 갯벌 매립은 좋지 않은 정책이다. 앞으로 투입될 많은 돈도 문제이며, 사방에 죽음을 잉태하는 것보다는 지금이라도 철회하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님도 오셨는데, "삼보일배는 새만금 방조제를 건설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넘어서 성장과 개발 중심의 사회적 가치를 생명과 평화 중심의 가치로 만드는 기로에 있다. 성직자들이 고행으로 전하는 말씀이 사회에 많이 퍼져 사회 구성원들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도 이백여분이 참여하여 무사히 삼보일배를 마쳤는데, 저녁을 먹고 있을 무렵 전북지역에서 새만금 간척사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새만금추진협의회' 분들이 관광버스 10대에 나누어타고 순례단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러 왔습니다. 이들은 이미 문화일보사와 국회에 가서 새만금 간척사업이 반드시 진행되어야 한다는 뜻을 밝히고 왔다는데, 순례단은 이들과 불필요한 접촉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따라 만나지 않았습니다.

어찌되었건 새만금 간척사업 문제가 좀 더 공론화될 필요가 있는 만큼, 다른 자리를 통해 모든 이해관계자가 모여 각자의 이해를 대변하면서도 지금 당장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이익을 바라보며, 보다 사람들이 골고루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아침은 평택 동령사, 점심은 선재 스님, 저녁은 오산 길상원에서 각각 준비해주셨고 수원 버드내성당에서는 잠자리를 내주셨습니다. 도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정리 : 마용운)





※오늘 온 길 :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병점 - 수원시 밀리오레 앞 (5.5km / 새만금 해창갯벌에서 257.3km)

※앞으로 갈 길 :  경기도 수원시 - 의왕시(5월 19일) - 안양시(20일) - 과천시(5월 21일) - 남태령(5월 22일) - 서울 사당동(5월 23일) - 여의도(5월 25일) - 광화문(5월 31일)

<일정은 날씨를 비롯한 여러 사정에 의해 바뀔 수 있습니다>

생명과 조화의 땅 새만금갯벌을 파괴하는 방조제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새만금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 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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