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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일배 40일째 소식


여름이 시작되는 날, 비를 맞다



 


2003년 5월 6일(화), 삼보일배 40일째
아침부터 흐리고 비가 내림


여름이 시작되는 날, 입하입니다. 며칠 전부터 기온이 꽤 많이 올라가 삼보일배 수행하기 무척 힘든데 본격적인 더위가 오면 어떻게 하나 순례단은 걱정이 많습니다. 그러나, 삼보일배 40일째를 맞는 오늘은 지난 며칠간의
더위를 식혀주는 비가 내렸습니다.


아침 8시쯤 체조를 마치고 출발하려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얼른 비옷으로 갈아입고 길을 나섰는데 그쳤다가 다시 내리고, 땀이 찬 비옷을 벗었다 입었다 몇 번 거듭했더니 오후부터는 본격적으로 내렸습니다. 그 빗속에서도 네 성직자께서는 삼보일배를 수행하셨습니다.


이렇게 오전에 오락가락 하는 비를 맞으며 순례를 계속 하고 있는데, 제XX 탄약창이고 쓰인 간판이 있고, 평화스럽게만 보이는 배나무 과수원 너머에 커다란 창고가 몇 개 보입니다. 탄약창이라고 하면 이름 그대로 탄약창고, 서양 무덤처럼 길쭉하게 생긴 흙무더기 안에는 온갖 종류의 총알과 폭탄, 포탄이 잔뜩 저장되어 있는 곳입니다. 삼사십년 지난 낡은 총탄에서 최신 열화우라늄탄까지도 있을지 모르는 그런 위험한 곳입니다.


온 세상의 생명과 평화를 염원하는 순례단이 지나가는 길목에 서있는 거대한 죽음의 창고,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죽음의 공동묘지를 보면서 저 증오와 갈등의 창고를 채우려 얼마나 많은 돈을 허비했을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 마음 속의 미움과 증오를 버리고 저 창고에 언제쯤 평화와 화해를 가득 채울 수 있을까? 또한, 제발 우리나라에는 저 창고 안의 낡은 총알과 포탄을 소비시키려고 달려들 정신나간 지도자는 없어야 할텐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천안과 가평 등지에서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녀님 다섯 분이 오셨습니다. 한 달쯤 전, 금강을 지날 때에도 오셨었다는 이안드레아 수녀님은 이 시대의 순교자의 모습을 삼보일배 수행하시는
성직자들에게서 볼 수 있다며 그들이 가는 생명 살리는 기도의 여정을 따라 계속 기도해주셨다고 합니다. 새만금갯벌 살리기와 전쟁 반대를 외치는 마음이 온유한 사람들의 소리없는 작은 기도가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으니 힘내라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점심은 대전의 대진정사에서 맛있게 준비해주셨는데, 범능스님께서 몸소 신도들과 함께 오셨습니다. 삼보일배 순례단의 애창곡 가운데 하나인 '도요새'를 작곡하신 분인데, 수경 스님과 다른 성직자들을 보면서 "삼보일배는 인간이 가진 탐욕의 마음을 정화시킬 수 있는 지고한 종교적 표현이다. 이를 통해 우리의 마음이 맑아지고 밝아지면 온 우주도 맑아지고 밝아질 것이며, 모든 사람이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도록 탐욕스런 마음도 사라질 것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작곡하신 노래에 대해서는 "노래를 들으신 단 한 분이라도 새만금갯벌의 중요성을 깨닫고, 한 분이라도 갯벌을 살려야겠다고 느낀다면 노래를 만든 보람이 있다"고 말씀하시며 새만금갯벌을 살리기 위해 하실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노래든 무엇이든 동참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렇게 맛있는 점심을 먹고 잠깐 눈을 붙였는데, 일어나라고 막 깨웁니다. 벌써 출발할 시간이 되었구나 생각하며 부시시 일어났더니, 농림부 김영진 장관님이 오셨다는 겁니다. 농림부라면 새만금 간척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주무부서인데, 장관께서 오셨다니 무슨 일일까 급히 가서 사진도 찍고 말씀도 들었습니다.


오늘 아침 국무회의에서 새만금 이야기가 나왔는데, 노무현 대통령도 성직자들의 삼보일배에 대해 마음 아파하며 건강에 대해 걱정하시더라고 합니다. 그러나, 농지가 필요한 상황이니만큼 새만금갯벌을 간척해서 친환경적으로 개발할테니 삼보일배 고행을 멈추시라고 말씀하십니다.


삼보일배 수행하시는 성직자들은 묵언기도 중이라 아무 말씀 않고 간단한 인사만 나누셨고, 문정현 신부님께서 새만금 간척사업을 백지화시키도록 눈물로 호소하셨습니다. 함께 자리에 있었던 환경연합 서주원 사무총장님도 우리와 농림부·전라북도·민주당 등이 새만금신구상기획단을 구성하여 이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해보자고 강하게 제안하셨습니다.


삼보일배 수행하시는 성직자들 뒤를 따라 잠시 걷던 장관님은 특별한 성과 없이 돌아가셨지만 이를 계기로 관련 당사자들이 자주 만나 새만금 문제의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계속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더 있으니 영화감독이신 장선우님과 배우이신 명계남·예지원님이 대한불교 조계종 중앙신도회 백창기 회장님 일행과 함께 방문하여 순례에 참여하셨습니다. 장선우 감독님은 "몇해전에 환경연합 회원으로 새만금갯벌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저렇게 크고 이쁜 갯벌을 다 막게되면 큰 재앙이다 싶어 가슴이 아팠고, 다시 오고 싶었다. 오늘 이 자리에 와보니 새만금갯벌을 살리기 위해 스님을 비롯한 여러 성직자께서 얼마나 간절하게 염원하시는지 느낄 수 있었다. 결단만 있으면 해결될 문제인데 새만금 간척사업에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람들을 위해 너무나 큰 것들이 희생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하셨습니다.


이 외에도 지리산에서 지역공동체운동을 하고 계신 '한생명'의 수지행님과 회원 및 가족 등 십여 분이 오셔서 순례에 참여하셨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운동을 하고계신 김동현님도 오셨는데, 앞으로 순례에 계속 참여할 예정입니다.


오늘 아침은 원불교 천안교당, 점심은 대전 대진정사, 저녁은 원불교 충주교당에서 각각 준비해주셨습니다. 명법사에서는 쉴 자리를 제공해주셔서 비를 피하며 편히 쉴 수 있습니다.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정리 : 마용운)


 


 


※5월 8일(목) 오후 5시 10분에는 불교방송 라디오에서 '부처님 오신 날' 특집프로그램에도 삼보일배 순례단 이야기가 방송될 예정입니다. 많은 청취 바랍니다.


※순례가 한 달을 넘기면서 참여하시는 분들도 늘었는데, 삼보일배 순례에 참여하시려면 자신이 마실 물 정도는 준비해오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온 길
 천안시 성환읍내 - 성환읍 안궁리 (6km / 새만금 해창갯벌에서 218km)


※앞으로 갈 길
천안시 성환읍 안궁리 - 경기도 평택시(5월 7일) - 송탄(5월 9일) - 진위면(5월 10일) - 오산시(5월 11일) - 수원시(5월 15일) - 의왕시(5월 19일) - 안양시(20일) - 과천시(5월
22일) - 서울 사당동(5월 23일) - 여의도(5월 25일) - 광화문(5월 31일)


<일정은 날씨를 비롯한 여러 사정에 의해 바뀔 수 있습니다>


 


생명과 조화의 땅 새만금갯벌을 파괴하는 방조제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새만금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 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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